몇 년째 봄이면 작은 주말농장에 고구마와 옥수수, 가지, 고추 등을 정성껏 심고 있다. 직장생활에 시달리다보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지만 가끔 주말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이제 내 생활에서 떼 놓을 수가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수줍은 듯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와 싱그러운 흙냄새를 만끽할 수 있다. 상추며 풋고추며 많지 않은 수확물에서 미숙한 솜씨의 삽질과 호미질로 흘린 땀의 대가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기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왕이면 친환경으로 재배해 보겠다고 제초제와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줄기 비가 지나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잡초와 병균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병충해는 대책없이 온 밭으로 번져가고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계속해서 머리를 내민다. 조금만 게을러도 한여름 치열한 전쟁에서 결국 잡초들에게 온 밭을 빼앗기고 만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얻은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도시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농업의 중요성과 농업인의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0여평 면적의 주말농장으로 언급하기는 정말 쑥스럽지만 “아! 농사가 이래서 어려운 것이구나, 이래서 친환경 농산물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우리 가족 모두는 실감하고 있다.

최근 소득향상에 따른 웰빙열풍과 주 5일제 실시로 일명 휴(休)테크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민도 농촌을 찾을 기회가 많아졌다. 농촌사랑은 먼 곳에 있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작은 것에서 찾고 한가지라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이면 평소 가까운 분들과 농협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에서 어린 아이들과 땀을 흘리면서 자연을 얘기해 보자. 자녀들에게 흙의 소중함과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을 몸소 깨우치게 하자.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 주는 따뜻한 마음, 낚시나 등산을 끝내고 주위의 쓰레기를 주워 오는 작은 수고, 바로 이런 배려나 관심이 농업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올해는 또 어떤 농작물이 나에게 기쁨을 줄 것인지, 어떤 잡초가 나의 몸을 바쁘게 움직이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올해는 상추를 많이 심어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과 삼겹살과 소주를 나누며 정겨운 대화를 하고 싶다. 또 이들과 나눌 ‘농촌사랑’의 대화 또한 미리 준비해야 겠다.

김춘래·농협 원주시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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