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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주재 취재부장
지난 24일 양구군청 상황실에서 열린 도내 5개 시·군과 경기도 및 인천광역시 지자체 등 10개 시·군으로 구성된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 이날 안건으로 다뤘던 것 가운데 하나가 ‘현역사병의 복무지 주소이전 헌법소원 지지성명서 채택의 건’. 협의회는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 명의로 헌법소원 청구지지 성명서안까지 회의서류 말미에 첨부, 가결되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이들 10개 시장·군수들은 지난 1월 연천군에서 열린 협의회에서 헌법소원 지지서명을 해 지지성명서 가결의 예상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도내 분위기도 지난 3월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지난 14일에는 도내 시장·군수협의회가 각각 청구지지 성명서를 채택해 그동안 언론매체를 통한 인식확산으로 쉽게 가결될 예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이었고 접경지역이란 공통분모를 지닌 시장·군수들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반대논리에 선 자치단체장들은 명분과 실리를 따져야 한다며 핵심은 주민등록전입과 교부세를 더 달라고 해야 하는 문제인데 현재 교부세를 다 받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또 교부세가 만일 증액될 경우 군(軍)주둔이 없는 타 자치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심지어 군병력을 포함하면 5만∼6만명으로 군인이 60% 된다는 한 단체장은 병사들이 주민되면 행정의 60%, 재정의 60%를 군(軍)에 뺏겨 실리가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유권자화 될 경우 지역발전을 모르고 투표할 경우 과연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행정의 어려움을 중앙정부에 이해시킬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라는 찬성의 논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의 단체장은 헌법재판소의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하더라도 헌법소원이 진행 중으로 일단 성공이고 접경지역에 이익과 결과적으로 불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지지성명은 헌법재판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라는 주장을 폈다. 이와 함께 정치적 명분에 중점을 두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반대의 논리가 행정안전부장관의 지역 방문시 헌법소원은 행정적 무리가 뒤따른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한 단체장의 전언으로 이어지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참석자들은 ‘현역사병의 복무지 주소이전 헌법소원 지지성명서 채택의 건’을 뒤로 한 채 협의회 명의의 건의문만을 내기로 하고 정식안건은 차기회의로 미뤘다. 1월 지지서명때와 달리 이번 회의에서 접경지역 단체장들이 지지성명서 채택에 선뜻 손을 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영내에 기거하는 군인이 현재 복무지로 주민등록을 이전할 수 있게 되면 주민에게 제공되는 상·하수도, 도로, 보건, 위생, 복지 등 각종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군장병의 삶의 질 개선과 주민등록인구 증가에 따른 교부세가 증액된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단체장들인데 말이다.

참석자들은 군장병 복무지 주소이전 헌법소원이 중앙정부에 접경지역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불투명한 실리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점차 가열되가는 현역사병의 복무지 주소이전 헌법소원의 득과 실을 따져 본 시장·군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재판관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자못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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