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안개 걷히고

초여름 햇살 노니는 아침

무뚝뚝한 철쭉이

도시 정원에 앉았다.

이끼 낀 초록 바위와

물오른 버드나무 사이로

어린 물고기 몰려드는 곳.

삼라한 자연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그들이 창조한 자연의 골을 버리고.

난 터에서 뿌리 뽑히어

눈물 감출 겨를도 없이

가증스레 다듬어진 돌과 돌 사이에

메마른 흙과 내 던져지니

여장을 놓고야 말았다.

이슬 같은 물 먹으며

꿈같은 향기 맡으며.

누워만 있어도

행복의 메아리 들리었거늘.

지 맘대로 피어야 할 철쭉이

가로에 세로에 간격에 짜 놓은 틀 가운데 웅크리어 앉히어.

햇빛도 달빛도 다 아닌

가로등 불빛 받으며.

고무관에 금속관에

물벼락 목욕 당하고

중병을 앓는다.

심산유곡에 방치되는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피고 지어야 할 철쭉꽃.

가고 싶다.

가야 한다.

그들이 살던 본연으로.

최수현·홍천여중 행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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