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창

춘천 제자감리교회 담임목사

(춘천 연탄은행 대표)
기독교는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명제에서 시작한다. 하나님 창조 신앙은 기독교의 근본이다. 여기에서 모든 신앙고백과 신앙말씀이 생겨났다. 이 말씀은 모든 만물이 하나님이라는 한 가지 근원에서 비롯되었음을 선언하는 말씀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 만물은 같은 태에서 나온 형제요, 자매라는 뜻이다. 인류, 새, 짐승, 풀과 나무, 하늘과 땅, 산과 바다. 이 모든 생명은 하나님 뱃속에서 나와 한솥밥을 먹고사는 형제들이다. 모든 인류는 혼자 살 수 없고, 모든 피조물은 서로 의존하고 연결되어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톨에도 거기에는 밥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늘과 땅과 바람과 구름과 인간의 수고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밥 먹는 시간을 ‘가장 거룩하고 신성한 행위’로 보았다. 그러므로 자연을 함부로 생각하는 이기주의나 자연을 무시하는 배타적인 사고는 신앙인에게 매우 부끄러운 모습이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도 하나님의 걸작품이다. 참새 한 마리 가격은 포장마차에서 몇 천 원할지 모르나 인간이 하늘을 나는 참새를 만들려면 제아무리 노력해도 만들 수 없다. 모든 만물에는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형상이 담겨져 있다.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형상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 금세기 최고 그림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라고 한다. 돈으로 값을 정할 수 없을 만큼 최고 가치 있는 그림이다. 그 그림이 손상되지 않도록 루브르 박물관에는 가짜 그림을 전시하고, 진짜 그림을 따로 보관한다. 그런데 그 가짜 그림도 사람들이 훔쳐가거나 손상하지 못하도록 이중삼중 방어 장치를 하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모나리자’에 칼을 대고 찢었다면 그 사람은 감옥신세를 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명화 ‘모나리자’에 손을 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하나님 얼굴에 칼을 들이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왜 인간을 창조하셨는가? 하나님의 생명을 더불어 풍성히 나누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홀로 있기보다는 우리와 더불어 있고 싶어서 창조하셨다. 똑같이 하나님은 인간과 다른 생명들이 함께 대화하며 느끼고 사랑하기 원하여서 인간과 자연생명을 창조하셨다. 모든 자연 생명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도록 창조하셨다. 더불어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함께 울고 함께 느끼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흙으로 지으시고 생기를 코에 불어넣으셨다. 하나님의 숨과 흙이 어우러져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 안에는 흙과 땅의 울림이 있고, 하늘의 울림이 있다. 사람은 하늘과 땅을 이어가는 존재이다. 곧 사람은 하늘과 땅, 모든 자연 생명과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새 소리 없는 곳, 나무 없는 곳, 물소리 들리지 않는 곳에서 인간은 행복하게 살 수 없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창조주 하나님의 아름다운 솜씨를 자연 속에서 가장 밝히 보고 가장 만끽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淸新)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피천득 시인의 ‘오월’이라는 수필이다. 이 아름다운 5월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의 숨결을 느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곳에 참 하나님 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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