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퀴고 간 곳은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23일 새벽 집중호우가 쏟아진 영서지방은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도로와 다리가 유실되며 가옥이 침수되는 등 마치 폭격을 당한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새벽사이 시간당 70㎜ 이상의 폭우가 휩쓸고간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 일대는 번듯했던 마을이 하천으로 변해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로 변했다.

집중호우로 집과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날 새벽 2시45분쯤 홍천군 두촌면 자은3리 朴基南씨(61) 집 등 이웃집 5채가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朴씨의 아내 조영임씨(55)를 비롯해 전날 휴가를 얻어 친정에 온 딸 朴정옥씨(27·충북 청주시)와 사위 崔해원(31)씨 부부 및 100일을 갓 지난 崔씨의 딸 윤정양(1)이 실종됐다.

朴씨는 급류에 쓸려 내려가다 30여m아래 지점에서 나뭇가지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있던 중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사고 4시간만인 오전 7시쯤 극적으로 구조됐다.

또 朴씨 집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고있던 林연옥씨(75·여)의 집도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며 林씨가 실종됐다.

朴씨는 “자정 무렵부터 장대비가 쏟아져 걱정을 했으나 모처럼 시집간 딸과 사위가 놀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고 정전이어서 피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대성통곡했다.

이날 홍천군 두촌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집중호우로 두촌면 자은3리 20여가구 중 5가구가 흔적도 없이 비에 쓸려 내려갔고 6가구가 침수돼 주민들은 인근 고지대 이웃집과 내후동교회에 대피해있다.

또 자은3리로 이어지는 교량이 집중호우로 끊겨 한때 주민 朴옥녀씨(82·여) 등 40여명이 고립됐다가 군헬기에 의해 구조됐다.

현재 자은3리는 전기와 통신도 모두 두절된 상태다.

이날 사고직후 주민과 경찰, 소방공무원 등 모두 20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긴급복구작업에 나섰으나 교량이 끊어진데다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두촌면 내에서는 주택파손 19동, 침수 31동 등 5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70여㏊의 농경지가 유실됐거나 침수당했다.

李在鉉 akcob@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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