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봉호

동북지방통계청장
지자체장들이 통계가 중요하다고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방에서의 지역통계활동이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예산과 인력의 제약성이 가장 먼저 지적되겠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고전 경제학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간은 통계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가 현실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통계정보가 중요하게 인식되면서도 무시될 수 있다는 가설은 인지심리학자이며 2002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네만(Daniel Kahneman) 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카네만 교수가 강조한 것은 인간은 보편적으로 휴리스틱(어림짐작 또는 주먹구구식) 오류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특히 카네만 교수는 세 가지의 오류를 강조하였다. 첫 번째가 가용성오류로써, 인간은 객관적인 통계수치보다는 금방 기억할 수 있는 최근의 충격적인 사례로써 의사결정을 한다는 오류이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대표적 속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오류인데, 통계수치보다는 자기가 평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또는 선입견에 상대방이 얼마나 근접하게 닮았는지에 따라 판단한다는 오류이다. 세 번째는 기준점 제시에 따른 오류로써, 상대방이 제시한 어떤 기준점으로부터 출발하여 판단을 하고 객관적인 통계수치는 생각 않는 오류를 말한다.

이외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한데도 자기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알려진 통계정보를 믿지 않고, ‘나는 교통사고를 안 당할 것이다’, ‘나는 흡연을 하지만 폐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엉뚱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사고나 암에 걸리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같은 휴리스틱과 과신 현상 때문에 통계가 중요하다고 인식되면서도 통계를 근거로 합리적인 판단이나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선진화 될수록 통계정보는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많은 분야에서 통계를 바탕으로 성과가 평가되고 있다. 병원에 대해서는 수술성공률로, 대학교에 대해서는 취업률로,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업성취도로, 회사에 대해서는 결근율로, 시설에 대해서는 이용률 및 만족도 지표로써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개의 통계지표를 바탕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됐다.

주민계층 간, 지역 간 갈등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함에 있어 객관적인 통계정보를 바탕으로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지역발전을 맡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통계를 전담하는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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