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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해시의회 의장
우리나라의 헌법은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기미년(1919년) 4월11일 상해 임시정부가 선포한 임시헌장(臨時憲章)의 정통성과 법통을 계승해 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만든 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핍박에서 벗어나 건국헌법을 만든 숭고한 뜻을 이어받기 위해 정부는 7월17일을 제헌절로 지정해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 최고의 상위 법으로 통치의 기준이 되어있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는 국가 최후의 보루가 되기 때문에 제헌의 무게는 국가 그 자체만큼이나 무겁다 할 수 있다.

해마다 제헌절이면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기념식이 성대히 개최되고, 국회를 중심으로 각종 부대행사를 다채롭게 여는 것도 국가 구성의 요체인 헌법의 존엄성을 살리고, 건국헌법의 정신에 담겨있는 민주시민의 정신을 후대에 지속적으로 앙양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지금 어떤 모양으로 헌법이 추구하는 질서가 전개되고 있을까?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가장 먼저 ‘시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서울 도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일이 요즘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살벌한 폭력 상황으로까지 번지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지구촌 곳곳의 안방에 그대로 송출되고 있으니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첫 이미지로 시위와 폭력사태를 먼저 떠올린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달리 할말도 없고 씁쓸한 뒷맛만 남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법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승자가 되는 ‘고성필승(高聲必勝)’의 이상한 법칙이 존재하는 사회로 변질돼 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대결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회에서조차 자기 주장만 옳고, 자기 행동만 합법적이라는 변질된 법 정신이 우선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상대의 말과 생각을 존중해주는 서민정신과 법치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 선진국 도약은 그저 허구일 뿐이다. 지금의 이탈리아 땅에서 공화정의 꽃을 피웠던 고대 로마가 수천년 생명력을 이어갔던 것도 법치의 근간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조선시대 경국대전(經國大典)의 법통을 기반으로 500년 왕조의 바통을 이어받았던 역사가 있다.

지방의회는 어떠한가. 최근 일부 의회의 일탈과 의정비 사건 등으로 지방의회 경시풍조가 되살아 나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각 지방의 토양에 맞게 착근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한 지금이야 말로 지방의회는 소극적인 의정활동에서 탈피해 진정한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과감히 대안을 제시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원리로 의정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조례(條例)를 제정한다는 점에서 국회와 개념을 같이한다. 준법정신과 법치의 품격을 높이는데, 지방 의회 또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게 당연하고, 그런 차원에서 지방의회에서도 제헌절을 맞는 의미를 되새기는 활동이 필요하다.

국회가 제헌절 행사를 주관한다면, 지역에서도 지방의회가 중심이 돼 제헌절을 기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의회의 제헌절 기념행사는 중앙과 지방이 법 질서확립의 균형을 이루고, 민주주의는 법치(法治)가 근본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때 제헌절은 잊혀진 날이 아니라, 소통과 통합의 사회, 건강한 국가로서 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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