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낭자들이 전통의 골프 종주국 영국그린을 정복했다.

5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골프대회(총상금 150만달러)에서 박세리(24·삼성전자)와 김미현(24·KTF)이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세리는 이날 영국 버크셔 서닝데일골프장(파72· 6천277야드)에서 열린 대회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김미현(24·KTF)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박세리는 98년 US오픈과 맥도널드 LPGA선수권에 이어 3년만에 생애 3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으며, 앞으로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만 추가하면 통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세리는 또 시즌 4승으로 다승 선두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5승)을 바짝 따라 붙었다.

생애 12승째를 거둔 박세리는 우승 상금 22만1천650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 124만8천535달러로 상금랭킹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1위이던 소렌스탐은 124만5천696달러로 2위로 내려 앉았고 2위를 달렸던 카리웹(호주)은 116만659달러로 3위가 됐다.

김미현은 고질병인 '짧은 퍼트'에 발목이 잡혀 시즌 첫 우승을 놓치며 올해만 3번째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두 카트리오나 매튜(영국)에 4타나 뒤진 채 4라운드에 나선 박세리는 모처럼 활짝 개인 화창한 날씨와 잔잔한 바람이 기분을 한껏 살린 듯 무서운 기세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대역전극은 1번홀(파5·476야드)에서 시작됐다.

LPGA에서 손꼽히는 장타자 박세리는 장쾌한 드라이브샷에 이어 세컨드샷을 홀 3.5m 옆에 올린 뒤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단숨에 매튜와의 격차를 2타로 좁혔다.

침착하게 파행진을 계속하던 박세리는 10번홀(파5· 455야드)과 12번홀(파4·410야드)에서 징검다리로 버디 2개를 추가해 매튜와 함께 공동 선두로 뛰어 올라 우승컵에 한발 다가섰다.

박세리가 우승컵을 사실상 거머쥔 것은 17번홀(파4· 400야드)과 18번홀(파4·411야드).

17번홀에서 드라이브샷을 무려 304야드까지 때린 박세리는 딱딱한 그린에서 백스핀이 걸릴 만큼 강력한 웨지샷으로 홀 1m 지점에 공을 세웠다.

가볍게 버디를 추가, 1타차 단독선두로 뛰쳐 나간 박세리는 마지막 18번홀에서는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로 보냈지만 이번에는 그린앞에 공을 떨궈 굴러가도록 해 홀 1.2m에 붙이는 환상적인 세컨드샷으로 1타를 더 줄이고 경기를 마쳤다.

추격해오던 김미현과 매튜를 2타차로 따돌린 박세리는 클럽하우스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보다 18번홀에서 매튜의 세컨드샷이 그린을 벗어나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으며 어머니 김정숙씨와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최종일에 나선 김미현은 1번홀(파5· 476야드), 3번홀(파4· 314야드) 버디로 기세를 올렸으나 6번홀(파4· 380야드) 더블보기와 8번홀(파3· 164야드) 보기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미현은 후반 들어 10번(파5·455야드), 14번홀(파5·503야드)에서 2타를 줄여 박세리를 1타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김미현은 14번홀에서 이글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서는 등 번번이 퍼트를 짧게 쳐 연장전 진출 기회를 날려 버렸다.

고국 무대에서 우승을 바라보던 매튜는 15번홀(파3· 215야드) 보기에 이어 17번홀(파4·400야드) 버디 기회를 무산시켜 박세리에게 역전우승을 헌납했으며 마지막홀 보기로 김미현에게 2위 마저 내주고 공동 3위로 떨어졌다.

펄신(34)은 5언더파 67타를 치며 분전,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1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고 박희정(21·채널V코리아)과 이지희(22·LG화재)는 나란히 2언더파 286타로 공동2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은(22)과 한희원(23·휠라코리아)은 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32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 8명이나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장정(21·지누스)만 컷오프됐을 뿐인데다 우승과 준우승을 포함해 7명이 30위권에 입상, 여자 골프 강국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슈퍼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리던 웹은 이날 2오버파 74타를 치며 무너져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15위에 그쳤고 소렌스탐은 3타를 줄였지만 2,3라운드의 부진이 부담이 돼 1언더파 287타로 공동32위로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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