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식

천주교 횡성본당 주임신부
우리나라 민담에 옥황상제를 만난 총각 이야기가 있다. 이 총각은 가난하고 배운 게 없어서 장가도 못 가고 인생을 비관하며 살다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물어 보려고 하늘에 있는 옥황상제를 찾아간다. 그 총각이 옥황상제를 만나기 위해 하늘로 가는 중에 세 명을 만나 부탁을 받는다. 딸이 시집만 가면 첫날밤에 신랑이 죽으니 그 해결책을 알아봐 달라는 부자 아빠의 부탁과 중병을 앓고 죽어가는 3대독자를 살리는 방법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을 건너는데 이무기가 나타나서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총각이 이무기의 청을 옥황상제에게 말씀드려주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무기는 커다란 꼬리로 그 총각을 하늘의 옥황상제 앞에까지 던져주었다.

옥황상제 앞에 다다른 총각이 자신의 사정을 말씀드리기도 전에 옥황상제는 벌써 총각이 부탁받은 일들을 다 알고 있었다. 옥황상제는 부탁한 사람들의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시집만 가면 첫날밤에 신랑이 죽는 딸은 여의주를 가진 총각에게 시집을 보내면 더 이상 신랑이 죽지 않을 것이고, 중병을 앓는 삼대독자에게는 그의 집에서 금으로 된 주춧돌 빼 버리면 병이 나을 것이고,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는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 두 개 중 하나를 버리면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옥황상제의 말이 끝나자 총각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총각은 자기 문제는 꺼내 볼 새도 없이 땅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 먼 하늘에까지 갔는데 자신을 위한 것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남을 도울 방법만 알아가지고 되돌아온 것이다. 해답을 기다리고 있던 이무기에게 ‘여의주 하나를 버리면 용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자 이무기는 여의주 하나를 총각에게 주고 곧바로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삼대독자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금 주춧돌을 빼버리라’고 알려주자 금 주춧돌을 빼서 그 총각에게 주고 삼대독자의 병은 말끔히 나았다. ‘여의주를 가진 총각에게 시집가면 첫날밤에 총각이 죽지 않는다’고 알려주자 부잣집 처녀가 여의주를 가진 그 총각에게 시집을 와서 그 총각은 부잣집에서 얻은 금 주춧돌을 밑천으로 부유하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다가 어제(!?) 죽었단다.

총각이 처음부터 남을 도울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가 일이 꼬여 남을 돕게 되었다. 그러나 남만 도와주고 자신은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기대 이상의 도움을 받고 이득을 얻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던 것이다.

남에게 자신의 것을 내놓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놓게 되고 봉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자신은 큰 손해를 볼 줄 알고 크게 억울할 줄 알았는데, 반대로 큰 기쁨과 보람과 뿌듯함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그 후로 그는 습관처럼 남을 도우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것을 사회학자들은 ‘마더 데레사 효과’라고 말한다. 남을 돕는 사람은 남도 돕고 자신도 돕게 된다.

“남의 손을 씻다보면 내 손도 따라 깨끗해지고, 남의 귀를 즐겁게 해주다 보면 내 귀도 따라 즐거워진다. 그리고 남을 위해 불을 밝히다 보면 내 앞이 먼저 밝아진다.” 해방신학자이신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신부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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