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민 수 (文博·춘천교대 교수)


최근 어떤 신문지면에 '막말정치'라는 비판용어가 등장한 바 있다. 여야 정치인들에 의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말들이 '막말'에 속하는 것이고, 지금 우리의 정치는 그러한 막말이 오고가는 저질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말이란 생각의 표현이다. 이러한 말은 대부분 '대화'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정치판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른바 '막말'도 대화의 하나에 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는 무엇보다도 의사의 전달과 의사의 수용을 일차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전달하고 한 쪽에서는 수용함으로써 대화가 성립되고 의사가 소통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가 원만히 이루어짐으로써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고, 공감을 통한 발전도 도모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우리 나라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대화의 질이 난잡해지고, 쌍스러워지고, 독선적, 폭력적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으니,

우리 정치가 지금 어떤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 한가운데에 있는 국민이 어떤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새삼 돌이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란 우리의 삶 그 자체의 표현이며, 삶의 질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에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품위가 있어야 하며, 진실성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더욱이 국가 차원의 정치적 대화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의 정치적 대화에는 오직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그릇된 인식 위에서의 비난과 헐뜯기만이 있다. 그래서 막말 정치이고, 그래서 감정 대결의 싸움만 있다.

이제 우리의 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화방법에 대한 재인식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화의 원칙과 품위를 회복하고, 그 것을 통해 합리적 공감을 이끌어 냄으로써 안정된 삶을 가꾸어 나가는 적극 적인 대응 노력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같은 말이라고 하여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단정적 의식 위에서 쏟아붓는 공격형의 대화는 공감과 합의를 유도해 낼 수가 없다. 나를 숙이는 겸손과 상대를 존중하는 열린 태도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대화의 원만한 전개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의 겸손과 상대에 대한 존중 의식이 대화의 기초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적으로 전달되는 많은 대화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분노와 질책은 있어도 자신에 대한 겸손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화의 기초 원칙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혼란만 반복 생산하고 있을 뿐이니,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것을 고쳐나갈 어떤 방도가 어디에서도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 교육 현실은 지금 정보화 시대의 기능적 삶의 방법을 익히는 학습에 모든 관심을 빼앗기고 있다. 컴퓨터가 중심이고, 정보가 우선이며, 영어가 제일이다. 사회적 삶의 요체가 되는 우리말의 대화 방법에 대하여는 관심이 쏠리지를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핵심이 이 대화 방법에 있음을 염두에 둘 때, 이제 21세기를 이끌어가야 할 우리 교육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 새로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말이 지배하는 사회, 거기에서만 진정한 발전이 있고 진정한 행복이 있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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