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광복 56돌이 돌아왔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 볼 때 한 나라를 유지·발전시키는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외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나라를 건강하게 살찌우는 건전한 정신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민족은 동방의 등불이 되어 동아시아에서 으뜸가는 문화를 꽃피우기도 하였지만 단결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집안싸움만을 일삼을 때면 적들은 여지없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자기의 속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수많은 외침과 온갖 시련속에서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오늘날 세계의 주목받는 나라로 발전해 왔다. 이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민족의 국난극복정신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50여년은 열강의 경제침략, 일본의 강점, 공산주의의 침략으로 인하여 고난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지만 또 다른 50년은 반만년을 이어온 민족정기를 바탕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노력하여 오늘날과 같은 번영을 이루었다.

지난세기 우리는 번영을 이루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일제에 대항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산화하신 호국영령들, 그리고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학생들을 비롯한 나라를 사랑하신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만 했다.

개인의 영달과 편안함을 버리고 우리민족 전체가 새로운 세상속에서 자유롭고 풍요를 누리기 위하여 고난의 가시발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애국심이나 공동체의식이 부족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익과 욕심을 내세울 뿐 민족애가 없는 차가운 시대가 되었으며 특히 신세대 젊은이들은 국가의식, 민족이념, 애국심같은 가치는 전통적 시대의 고루한 이념으로 여길 뿐 오로지 물질적 풍요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나는 광복 56돌을 맞이하여 이러한 시기에 온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신적 가치로 바로 보훈정신을 내세우고 싶다.

보훈정신이란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신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존경하며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세기 주권이 상실된 때 순국선열이 보여주었던 애국·애족정신을 오늘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로 회복시켜 후손에게 계승·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적 소임이자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광복 56돌을 맞이하여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생각하며 헌신하신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며 우리들의 가슴속에 보훈정신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朱在銑·강릉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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