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응철<양구종고 교사·수필가>


피서철을 서둘러 마감하려는 듯이 종일비가 내리던 얼마전 오후였다.

몰아치는 폭우의 성화에 끝내 불어있지 못하고 피서객들은 하나 둘 해변을 떠나고 뒤늦게 찾은 사람들만이 아쉬움속에서 한풀꺾인 해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뜻하지 않게 낙산사를 돌아보게 되었다. 해수관음상이 있는 경내로 들어갔다. 백두산 적송으로 만든 장엄한 부처상을 모신 보타전 앞 연못에 이를 때였다.

작은 남생이들이 여기저기 헤엄치는 연못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5m앞 물 가운데 있는 쟁반크기의 암반을 향해 동전을 던지며 불심에 젖어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었다. 던진 동전이 암바위에 제대로 떨어질 때마다 소리를 치며 소원이 성취된 것처럼 즐거워한다.

너도나도 동전을 던진다. 소원이 성취된다는 안내문 때문이다. 그러나 부녀자들이 던진 은화는 절반도 못미쳐 진흙바닥인 연못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뒤에서 바라보던 사람들 모두 아쉬워한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만 아뿔사 열 댓개의 동전중에 절반이 진흙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게 아닌가!

순간 한국은행권의 가치가 추락하는 낭패감이 뇌리를 스쳤다. 암반위의 동전이야 주기적으로 수거를 하겠지만 연못 진흙바닥으로 떨어진 돈은 언제 수거할 것인가. 언젠가는 건져올리겠지만 그 많은 물을 자주 퍼내지 못할 것이다.

동전 십원짜리가 귀한 시절, 은화 백원권이 마구 연못속으로 수장된다.

십 원, 백 원이 문제가 아니라 어린 꼬마들이 저렇게 보고 있는데 화폐의 가치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는 그 현장이다.

기와장이나 해수관음상 앞 감로수에 놓고 가는 동전이야 곧 회수되겠지만 연못 바닥에 뒹구는 동전을 생각할 때 여간 아쉬움이 큰 것이 아니다.

교육의 최대목표는 지식이 아니고 행동이라고 했다. 혹자는 작은 것을 가지고 침소봉대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리라. 그러나 가난속에서도 소비하지 않고 한 푼 두 푼 모아 돼지 저금통에 넣던 화폐의 소중한 의식구조가 학교나 가정에서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늘 변함없도록 생활화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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