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柳雲昭


우리는 생활주변에서 참으로 무례한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웃 어른에게 인사는 커녕, 길을 가로막고 가거나 버스 안에서 남의 발을 밟아 놓고도 미안한 기색 없이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아래위를 노려보는 사람,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휴대전화를 하는 사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무례의 짓들을 하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불쾌하다 못해 때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다른 운전자들의 무례를 도처에서 만난다.

생활주변에서 겪는 무례는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양심들의 숫자와 비슷할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무례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남·여의 구별이 없고, 애가 어른을 몰라보고, 어른이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하는 예의가 땅에 떨어진 시대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우리 조상님들은 예절 바르고 법도를 잘 지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살아온 분들인데 말이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이 아닌가.

그런 조상의 후손들이 어찌하여 이처럼 예절도 없고 법도를 지키지 않는 '無禮之國'으로 전락됐는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유는 우리 사회가 '우리'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와 '나'가 어우러진 '우리'가 존재해야 '너'를 위한 배려와 예절이 생겨날 수 있고 '우리'를 위한 윤리와 질서가 탄생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나'만 있고 '너'는 없기 때문에 항상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되고 '나'를 위해서는 언제나 '너'와 '우리'는 짓밟아도 된다는 의식이 골수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은 일반국민의 일상생활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의 정치 행태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네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정당을 서슴없이 헐뜯는다.

국민을 위해 함께 가야 할 목표를 발로차고 끼리 끼리만을 위한 정쟁만 반복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만신창이 되고 있다.

해방 이후 사회 각 분야에 있어서의 극심한 혼란에 이어 6.25의 비극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유교적 윤리가 붕괴돼 정신적 기반과 가치관 마저 상실된 것이다.

이러한 비극적 역사 현실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누구나 '너'와 '우리'가 아닌 '나'만을 돌아보는 생존 방식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숙해 진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안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원히 1등 국가에서 뒤쳐지고 무례와 무질서의 극치국가로 선조에게 치욕을 주는 후손들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이 땅에서 열린다.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예절 바르고 질서 있는 동방의 작은 나라 '코리아'를 세계에 과시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월드컵 축구에서 우승컵은 차지 못해도 선진국민으로서의 예의바른 질서국민 '넘버원'소리는 듣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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