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식

강릉원주대 교수(정치행정)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둔 강릉의 현주소는 다음과 같이 묘사될 수 있을 것같다.

첫째, 강릉지역의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 행복할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당선 보장이 없다는 민심은 누구라도 선택될 수 있다는 전제로 우후 죽순 후보군 하에서 유권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특정인사나 정당의 일방적 게임이 아니어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할 것이다.

두 번째의 묘사는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이 새로이 선택할 국회의원이 선거법으로 낙마한 이보다 자신의 유식함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주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역발전을 위해 초발심으로 줄곧 매진해 줄 것인가하는 내면의 소리가 혼재해 있다.

셋째는 정치변방으로의 내몰림 현상이다. 도내 그 어느 지역보다 뛰어난 인재가 많았음에도 정계에는 거목이 없다.

전국적 명망이 있는 인사의 공천을 지역주민은 왜 마다했는가? 물음에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강릉지역의 정체성, 강릉인의 성향, 그리고 인구구성의 변화라는 세 가지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강릉지역의 독자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강릉지역은 고대부터 동예라는 부족 국가의 독자적 정부를 구성했을 정도로 강한 독자성이 있는 곳이다. 고구려, 신라와의 전투교전 지역이며, 통일신라시 정권 탈환을 위해 항거한 점,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해방 이후 이곳에 독자적 공화국을 구성하려는 움직임까지도 있었다는 데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애매모호한 성향이 다분하다. 누군가 변화와 변혁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면서 본인들은 조금은 수동적인 성향이 보수적 도시의 일반 특성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보통사람의 정치가 구현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더하여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그리하여 강릉지역이 정치계에서도 중심지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선조 율곡 및 그 후학들이 중심에 있었듯이)

셋째, 최근 20여년 전부터 강릉지역의 인구구성 비율이 변화하고 있다. 약 19만 명의 전체 인구에서 토착민은 전체의 55% 정도이며 외부유입인구가 40%에 이를 정도로 비율이 높아져 있다. 따라서 지역 성(性)비율이 선거에 영향을 주던 때와는 달리 외부유입주민들의 사고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즉, ‘어떠한 정책과 정치철학을 가진 인물이 지역발전을 가져다 줄 것인가’ 하는 점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하게 된다. 여러 명의 후보가 난립할 경우 이러한 외부유입주민의 투표 방향은 당선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정당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측에서는 위와같은 지역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정치철학을 갖고 혁신정책을 제안하며, 지역주민의 소리에 엎드려 경청하며 지역을 정치의 중심에 두려는 후보자, 그리고 이를 실천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유권자가 함께 풍요의 가을에 정치발전의 초석을 다져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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