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재

홍천군 전원교회 목사
“여러분의 ‘다문화’경험에 대한 솔직한 답변은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좋은 사회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는 어느 설문조사지의 서두처럼 이른바 ‘다문화’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다문화’라는 생경한 조어(造語)가 없어지는 ‘좋은 사회’가 하루 빨리 정착되길 학수고대하지만…. 아직 그만큼 좋은 사회가 아님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런 사회로 공진화하기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노력한다면 그것도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머지 않은 훗날에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정착한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는지 상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결혼이민자들은 11만3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숫자를 상회하는 후세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에서 우리 자녀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며 공부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조금은 갑작스럽게 전개된 ‘다문화적 현상’을 어른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바랍직하게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달렸다. 이 다문화적 현상이 한반도 내에서의 고립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도래할 문화현상임을 인정한다면, 우리 어른들은 우리 스스로 만든 이 다문화 현상에 대해 지혜롭고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더 이상 백의민족이니, 단일민족이니 하는 편협하고 근거없는 민족감정을 조장하여, 다문화 주부와 그 자녀들에게 직간접으로 소외감과 이질감을 주는 말과 행동을 버려야 한다. 우리 어른들 스스로 다문화 주부와 자녀들에게 그런 상처를 줄 기회는 많지 않겠지만, 사회적으로 또는 아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문화 가족에게 상처를 주어, 사회의 소속감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2차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는 결혼 이민자들을 매개로 하여, 127개국과 민간적인 외교관계, 다시말해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 20년 후를 내다본다면, 지금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유창한 이중 언어능력과 다문화에 대한 열린 마인드로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한 명의 다문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러기 가족이 양산되고 있고, 물적 인적 재원이 심각하게 유출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조용히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수십여 만명의 다문화 인재들은 별다른 사회문제나 재원 유출을 일으키지 않고서도 우리 사회 발전의 커다란 재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우리 사회 속에서 저절로 성장하고 있는 다문화 인재들을 이웃으로 맞을 최소한의 예의와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의 이웃이 될 자격을 갖출 때만이, 우리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아름답게 안착할 것이고, 그 환경 속에서만 다문화 주부와 자녀들은 국제화 시대의 능력있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이면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분주히 고향의 가족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설레고 분주해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이웃으로 다가온 다문화 가족들에게는 가슴 한켠이 허전한 명절일지도 모른다. 하여 우리는 품새를 조금더 따뜻하게 덥히고 넓혀 새 이웃을 품어보자. 다문화 가족들이 앞으로 우리 한국 사회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바라도록. 그리고 모두가 새로운 우리가 되어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가자.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다문화 사회로 거듭나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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