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봉호

동북지방통계청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미래의 길흉화복을 몹시 알고 싶어 한다. 동양에서는 주역(周易)을 바탕으로 운세를 점쳐왔었다. 반면, 서양에서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구획정리 해놓은 80개의 별자리 중 태양이 지나가는 길과 겹치는 12개의 별자리를 기본으로 하는 점성술이 운세를 점치는데 주로 이용됐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점복술 또는 점성술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바탕으로 볼 수 있을까? 설사 맞을 때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세계는 기계적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현상과는 달리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에 의해 변화하므로 그 미래는 정확히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미래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 전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통계를 잘만 활용하면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미래예측을 할 수 있다.

통계에서는 세 가지 예측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첫 번째는 어떤 현상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살펴보는 분해법인데 통계청의 경기종합지수와 장래추계인구가 이 방법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과거 자료를 이용하여 추세선을 만들어 보는 것인데 주가지수가 주로 이 방법에 의해 작성된다. 세 번째는 회귀분석 방법인데 여러 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된 계량경제모델을 만들어 경제성장 예측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적용사례가 된다.

미래예측을 함에 있어서는 대개 상기와 같은 방법으로 하는데, 실제결과가 완벽하게 적중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통계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정교한 공식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실적자료를 가지고 살아 움직여오는 미래를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근의 부실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위기도 예측을 못한 것이 통계의 한계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새뮤얼슨 교수도 “경제학자는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후적으로 경제현상의 결과를 잘 설명할 따름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정확한 미래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라 하겠다.

이렇게 정확한 미래예측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자연과학과는 달리 경제·사회현상에 있어서는 사전에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거듭된 실험의 결과를 이론화해 숨겨진 자연법칙을 규명해내는 자연과학에서는 예측결과의 오차가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장의 효율성이 낮은 데다 상당수의 경제주체에 잠복된 투기심리와 같은 비합리적 변수들이 많아서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확한 미래예측이 어렵다고 하여도 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미래는 운명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좌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유능한 경영자의 소임은 과거실적을 분석하고 숫자와 씨름하는 것만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래를 예측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잠재능력을 일깨우는데 있는 것이다.

장래에 대한 견해가 과학적 예측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첫째, 과거에 관찰된 유형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조건이다. 너무 급작스런 변화나 인과관계가 없는 사상에 대해서는 예측기법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둘째로는 자료가 양적으로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경험적인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은 예측은 예언자의 예언과 같은 것으로서 경험과학으로서의 예측과는 구별돼야 한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점은 과거의 경험데이타가 정확해야 하며, 시의성있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엉터리자료를 넣으면 아무리 좋은 예측기법이라 하더라도 예측결과는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오차가 더 한층 부풀려 질 수가 있어 그로 인한 폐해는 막중할 수 있다. 따라서 통계인은 부단히 정확한 통계자료를 시의성있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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