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운

태고종 강원교구종무원장

(석왕사 주지)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에 금슬이 좋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사랑하는 두 부부의 사는 모습이 마치 금(琴)이라는 악기와 슬(瑟)이라는 악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듯 한다는 뜻이다.

전혀 다른 성 씨와 성장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자기주장만을 하게 되면 그 집안은 싸움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하나 되는 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너니 나니 하는 구분의식을 버리고 ‘우리’라고 하는 하나 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숙세로부터 맺어진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길은 첫째,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해진 순서나 이치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상대에게 주면서 그 어떤 것이든지 계산 없이 있는 그대로 온전히 다 줄때 참 사랑이 어느덧 내게 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춘원 이광수는 ‘육바라밀’이라는 시에서 ‘님에게 아까운 것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고 했다.

둘째, 지키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부부가 지극하게 사랑하게 되면 둘 사이에는 그 어떤 벽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아쉽고 애틋하던 사랑의 마음도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변치 않으려면 서로가 지키는 것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참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옛말에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였고 ‘백번 참는 집에 큰 평화가 있다’고 했다. 마음으로 한번 참고, 말로 두 번 참고, 행동으로 세 번 참으면 두 사람의 몸 안에 사랑이 그득하게 될 것이다. 참는 삶을 춘원은 ‘임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마음’이라고 했다.

넷째, 노력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부부생활도 노력을 통해서 거듭나야 한다. 서로가 익숙해져 갈 무렵이면 어느덧 권태라는 불청객이 찾아든다. 그 때 찾아든 권태를 친구로 잘못 알고 게으르게 그와 사귀다가는 사람 살지 않는 집에 거미줄이 쳐지고 쉽게 허물어지듯이 사람의 집도 마찬가지다. 권태의 시간이 오기 전에 여행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느꼈던 그 느낌을 서로 나누면서 다른 느낌을 받아들이고 같은 느낌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살피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우리말에 사람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 ‘자기’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자기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으며 자기보다 더 사랑스러운 존재가 어디 있을 것이며 배가 아프기 전에 몸을 살펴서 아플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주인공이 하는 일인 것처럼 스스로 몸과 마음을 살피듯이 사랑하는 이의 마음과 말과 행동을 스스로 그가 되어 살피는 삶이야말로 꼭 필요한 삶이다.

이렇게 베풀고 지키며, 참고 노력하며, 살피고 슬기로운 삶을 살면 두 사람에게는 행복이 가득한 미래가 열릴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