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같이 반만년 동안 태산같이 믿고 지켜온 농업이 흔들리고 있다. 들녘은 벼가 영글어 황금빛 벌판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우울하다. 쌀재고는 갈수록 늘고 소비는 해마다 줄기 때문이다.

수확기가 끝나는 금년 말에는 우리나라의 쌀 재고가 1천100만섬에 달할 것이다. 정부의 쌀에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쌀값은 큰폭으로 하락할것이 틀림없다. 우리 국민의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90년에는 119.6kg이었으나 2000년에는 93.6kg 으로 무려 26kg이나 줄었다. 이같은 감소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뚜렷한 쌀 소비대책은 없고 우리농업의 설 땅도 없는 것인다.

농가소득도 줄어 97년도 2천348만8천원이던 것이 99년에는 2천232만7천원으로112만5천원이나 줄어든 반면 부채는 해마다 늘어 호당 1천853만5천원의 빚을 지고 있다. 우리 농업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추곡수매는 줄이고 쌀수입은 해마다 늘려가고 있다. 따라서 산물벼 건조 공장을 보유한 농협과 민간업자에게 쌀수매량을 점차 이양하려고 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런데 쌀재고가 누적돼 가고 있는 현실에서 농협이나 민간업자가 떠맡기에는 너무나 힘겹다. 그래서 RPC공장 보유 농협의 경우 고민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쌀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급기야 정부는 지난 8월 수확기 쌀수급대책을 발표했다. 3조9천586억원을 들여 지난해보다 161만섬 늘린 1천325만섬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중 정부수매 575만섬, 농협과 RPC공장에서 750만섬을 수매하도록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쌀값 하락을 막아서 쌀 생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문제는 쌀의 시장출하 조절을 통해서 쌀값하락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중 쌀생산에 참여하는 농가가 78%다. 쌀문제는 정부도 항상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했듯이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며 생명산업이다. 앞으로 정부는 쌀문제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튼튼히 세워서 대처해주기 바란다.

우선 쌀의 소비촉진 대책을 마련하고, 둘째 쌀 생산에 있어 양보다는 질 좋은 양질미 생산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해외원조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우리몸에 맞는 쌀밥을 모두 이용해주기 바란다. 우리의 쌀, 우리 농산물을 애용, 건강과 함께 우리 농촌도 지키자.

<인제농업협동조합 조합장 權元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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