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일섭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원동부 지사장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그 꼴뚜기도 속초수산시장에서 귀하신 몸이 된지 오래다.

가을철과 초겨울 영동지방에서 지천에 깔려 있던 도루묵도 상전고기가 된지 오래된 것 같다.

일설에 의하면 임진왜란 전 등의 색을 따라 목어(木魚)로 불리던 고기가, 신의주 피난시절 선조임금에 의해 배의 색을 따서 은어(銀魚)로 되었다가, 임란 후 맛에 실망한 선조임금이 ‘도로 목어라고 해라’ 명했다는 데서 유래한 우리고장의 명물 ‘도루묵’. 지금이 숱한 유래와 사연을 쏟아내고 있는 도루묵 철이다.

영북사람이면 누구나 먹고 싶어하는 별미다. 찬바람 불 때 도루묵 찌개 한냄비 끓여내면, 공기밥 한그릇은 순식간에 없어진다. 지금쯤은 영북지방 내로라는 식당 어딜가도 ‘알도루묵 찌개’ 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겨울철 영북지방을 대표하는 어물 ‘명태’가 사라진지 오래된 지금 잡히는 도루묵과 양미리는 어민들에게 더욱 효자고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루묵과 양미리는 수산물 중 비린내가 거의나지 않는다는 것과 대충 익혀 먹는다는 것, 그리고 내장까지 같이 먹을 수 있으니, 손질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요리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입안 가득히 톡톡 알이 씹히는 도루묵을 뼈째로 숯불에 구워 먹는 것도 맛이 좋지만, 찬바람 불 때 꾸득꾸득 말렸다가 고추장 양념을 발라서 노릇하게 구워먹는 것도 맛이 일품이다.

지금 영북지방은 도루묵과 양미리라도 많이 나야 된다.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하여 설악권 수학여행단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올해는 설악권 경기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 같다. 영북지방 경기는 뭐니뭐니해도 관광과 수산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고성군의 금강산 관광 중단과 더불어 속초 설악산 경기의 극심한 불황으로,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설악권이다.

그러니, 귀하신 몸이지만 지금 잡히는 도루묵과 양미리를 바라보는 영북지방 주민들의 심정은 여느 해와는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도루묵. 어릴 때 초등학교 문방구점 앞에 수북이 쌓인 도루묵 알을 책가방 옆에 끼고 사먹었던 지금 40대 이후 세대들에게, 도루묵은 많은 사연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어머니와도 같은 고기이다.

이 가을철,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들을 위하여 수산시장에 한번 나가보자. 어머니가 저녁상에서 정성들여 끓여 내놓은 도루묵 찌개 한냄비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깊어가는 가을밤과 더불어 보다 훈훈해지고 정겨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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