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이 11일 56차 유엔총회에서 의장에 취임, 한국이 총회의장국의 임무를 수행하게된 것은 국가적, 외교적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

정부수립, 한국전 등 한국의 중요한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총회에서 이제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다고 할만큼 금석지감이 있다.

총회의장국으로서의 한국의 화려한 데뷔와 총회개막을 전후한 전 세계언론의 관심은 우리국민들에게 한국의 국제적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의장직을 현직 장관인 한 장관이 직접 수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의장으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높게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특히 한 장관은 대학교수, 주미대사, 장관,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험, 경함과 비중을 가진 인사라는 점에서 유엔외교가에서 주목을 받고, 그 역량을 국제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총회의장국수임은 금년도의 총회의 분위기나 국제적 환경,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과제라는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첫째, 국제적 상황과 시기에서 매우 적절하다는 점이다. 금년도의 총회는 유엔아동특별총회를 비롯 AIDS문제, 인종차별문제 등의 국제적 관심사가 논의로 부각될 예정이다. 특히 9월19일부터 3일간 뉴욕에서 열리는 아동문제특별총회에는 세계아동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보호의 실천의지를 반영하여 세계각국의 국가수반과 정부수반 80여명이 대거 참석하는 성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강대국 미국부시행정부의 일방적 외교정책, 그리고 유엔 '무시'정책이 유엔회원국들의 관심을 증대시키게 될 전망이다. 환경(교토협정), 안보(소형무기규제협정, 생물무기협정 등), 인권(국제형사재판소, 인종차별회의) 등 국제적 의제에 관한 미국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회원국의 반감이 증대하는 현실에서 총회는 어느 때보다 활발한 토론장이 될 것이다.

셋째, 한반도평화정책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기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엔새천년정상회의는 한반도문제의 평화적해결을 위한 총회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지만, 총회의장 자격으로서 주도적 논의, 북한과의 공식, 비공식 협의, 국제사회의 지지유도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넷째, 일본의 교과서왜곡문제, 종군위안부문제, 총리의 신사참배문제, 그리고 중국의 북한탈북자 입장 등 한국의 현안문제이면서 아시아지역 및 해당국가들의 관심문제들을 쟁점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총회의장국 임무 수행은 한국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는 귀중한 학습기회라는 점이다. 의장은 총회뿐 만 아니라 산하기관 및 관련기구 회의참석, 방문, 면담, 연설, 회원국 방문 등을 하는 기회를 갖게된다. 이러한 활동을 보좌하는데 있어 주 유엔대표부는 물론 외교통상부의 역량을 결집, 성공적인 임무수행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1년의 총회의장 임기를 진정한 한국의 외교의 발전 계기로 삼으려면 해결해야할 몇가지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 유엔총회의장직 수임을 단순한 상징이나 회의주재자라는 소극적 입장보다는 의장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본인의 의지가 커야 한다. 특히 남북한관계를 비롯 한·일관계 등 4강외교의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한 장관이 유엔총회의 주요의제들에 대한 충분한 파악과 그리고 시간적 배려를 해야한다.

또한 총회의장 역할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와 지지를 확대하고, 금번총회의 의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나 전략도 개발하는 적극적 태도가 요망된다. 나아가서는 이번 기회를 21세기 한국외교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한국외교의 정체성을 위한 큰 틀을 마련하고, 외교체제의 정비·보완, 다자외교의 유능한 외교인력양성 및 배치, 그리고 유엔에 대한 기여증대 등을 추진한다면, 국가적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박흥순(선문대학교 국제.유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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