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명은 명태다.



옹이진 나이와 바다를 떠날 때마다 새 이름을 달고 나온다.

할복장에서 속을 쓸어내리다 두 눈을 감지 못한 채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대관령으로 간다.

죄 많은 내게 사람들은 코를 꿰어 얼리고 녹이며 겨우내 고문을 시키다가 말라 비틀어지면 다다미돌위에 뉘이고 방망이로 실컷 두들겨 패기도 하고 찢어 발리기도 한다.



펄펄 끓어도 뜨겁다 말 못하고 시원하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 앞에 온 몸으로 보시를 한다.

사람들은 바다를 데우기 시작한다 정든 고향을 버리고 오호츠크 해로 이주해왔다.

그리운 동해바다 저 탄소 녹색의 바다 내 고향으로 언제나 돌아갈꼬!

이름 많아 서러운 나의 분신들을 주섬주섬 불러본다.



아기태 노가리 와태 춘태 사태 오태 추태 막물태 북어 선태 동태 생태 황태 낚시태 조태 원양태 간태 강태 지방태 앵태 망태 선태 왜태 먹태 꺽태 수태 무두태 파태 골태 흙태 일태 이태 건태 코다리가 나의 이름이다.

나는 명태이다.

심재칠·율곡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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