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주목받는 소설가 박상우씨(43)와 김별아씨(32)가 장편소설과 산문으로 강원도 독자들 앞에 섰다.

춘천고를 나와 한때 태백에서 교직에 몸담기도 했던 박상우씨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호텔 캘리포니아’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등 화제작을 잇따라 출간한데 이어 최근 잿빛 도시 타락한 세태를 건조한 문체와 냉혹한 눈길로 포착한 장편소설 ‘까마귀떼 그림자’(세계사)를 내놓았다.

성을 주제로 한 성장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로 부각된 김별아씨는 강릉출신으로 강릉여고,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1993년 ‘실천문학’지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와 열정적으로 창작에 몰입해 온 작가로 첫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싶다’(이룸)을 상재한 것.

‘까마귀떼 그림자’는 우리문학의 두드러진 경향인 악마성과 엽기적인 요소들이 전반에 흐르고 있다. 저녁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농원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잠시 후 영구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깡마르고 핏기없는 안색의 대중가요 작곡가 유가욱. 그리고 아내 양하, 대중가요 작사가 귀리, 프로덕션 기획실장 마린도, 마린도의 아내 소야, 음악평론가 황여새, 음악전문잡지 백산호 차장…. 이들은 불륜과 물질에 탐닉하는 까마귀떼 클럽의 멤버들. 작가는 이들에게 환멸에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부록으로 작가 후기와 해설, 앨범, 자작 소설론, 인터뷰, 연대기, 작가론 등 박상우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겼다.

김별아씨의 첫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는 시대의 혼란과 갈등을 치러낸 386세대의 막차를 탄 작가의 사소하면서 낯선 일상의 사건을 소재로 30대의 자리를 점검하는가 하면, 사회와 가정에서 여성이 자리매김하는 길을 고민한다.

‘20대에 나는 실수와 상처가 두렵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키우리라 믿었다. 그러나 30대에 나는 실수하거나 상처입을까 봐 벌벌 떤다. …20대에는 사랑을 힘주어 말하고 섹스란 말에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30대에는 섹스라는 말보다 사랑이란 말을 발음하기가 훨씬 어렵고 민망하다. 20대에 나는 30대의 비겁을 이해할 수 없었다.’(30대, 사자의 날들 중에서)

스스로 30대의 현재를 ‘비겁 그 자체’라고 말하는 작가는 소설가이자 생활인으로서 속내를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에의 강렬한 유혹, 눈치 보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작가의 의식이 청량한 목소리에 담겨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