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봉호

동북지방통계청장
좋은 통계의 조건에는 유용성, 정확성, 시의성, 비교가능성 등이 있다. 만들어진 통계가 쓸모가 많고, 정확해야 하고, 시기적으로 늦지 않아야 하며, 지역 간 또는 과거와 비교가 가능한 통계라야 좋은 통계가 되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통계는 불량 통계로서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오히려 불량통계를 이용하여 정책수립이나 의사결정을 잘못하는 경우 그 폐해는 막중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조건 중 비교가능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비교가능성이야 말로 통계를 해석하고 이용함에 있어 관건이 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는 절대수치나 순위표시와 같이 비교를 통해서 실체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비교는 ‘모든 형태의 원인분석의 기본절차’라 할 수 있다. 자연과학에서는 원인탐구의 수단으로 실험을 택하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실험대신 비교에 의한 관찰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남과 비교를 하지 마라’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요즘의 세상은 비교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게 되었다.

대학교의 경우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병원에 대해서는 수술성공률로,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업성취도로, 회사에 대해서는 이직률 또는 결근율로, 시설에 대해서는 이용률 및 만족도 지표로써 비교·평가를 받는 세상이 됐다. 지자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정성과를 공시하여 우수한 실적을 낸 지자체인지 아닌지 비교·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비교는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국가 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UN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출산율 수준을 185개국 중 184위로 매우 낮은 순위를 줬다. 또 국제투명성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2009년 부패지수가 180개국 중 39위로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발표가 되면 우리나라는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 투명성이 부족한 나라라는 인식을 주는 등 국가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자료를 비교함에 있어서는 진짜 비교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먼저 살펴볼 것이 요구된다.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사항은 통계를 만든 표본이 과연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다. 한 개 지역주민의 의견을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0명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열 명에게만 물어본 것은 아닌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즉, 소수의 사례로써 통계적 의미를 부여하고 일반화하여 비교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설문문항이 왜곡되지 않게 작성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응답이 사실과 부합되게 측정될 수 있도록 설문서가 정교하며 객관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서로 다르게 적용한 측정척도와 설문방식으로 만든 통계들은 상호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나 정책 효과성을 측정하는 조사에서는 자기 입맛에 맞도록 설문문항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세 번째로, 설문에 응답을 하지 않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의 통계로써 의미를 가지려면 응답률이 70%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20∼30% 응답률로 만든 통계는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두 가지 사항이 전혀 관련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불황이면 여성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든지 하는 것은 아직 증명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교해서는 사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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