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덕

천주교 동명동본당 주임신부
천주교에서 공경하는 성인 중에 프란치스코 성인이 계십니다. 그분에 대하여 전해지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 하루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벌거벗은 채 걸어가는 것을 그의 제자들이 보았습니다.

깜짝 놀란 제자들이 성인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사부님, 어찌하여 이 추위에 이렇게 아무것도 입지 않고 계십니까?”그러자 프란치스코 성인이 대답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추위로 떨며 고통 받는 형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고통이라도 함께 해야겠습니다.”

성탄과 연말을 맞아 도시 곳곳에서 ‘딸랑 딸랑’ 자선 냄비의 종소리가 들리는 요즘입니다. 올 한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벌어졌던 세계적인 어려움 속에서 모든 이가 어느 때보다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행여나 우리 마음이 너무도 각박해져서 어려운 이웃들을 나 몰라라 잊고 지내지는 않았을까 되돌아 봅니다. 이기적인 삶에 대한 부끄러움을 고백하면서 소박한 정성이나마 나누려는 마음들을 새록 새록 우리 안에 품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요사이 언론방송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연말이면 그나마 훈훈해지던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정성이 예년만 못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물론 요맘때만 되면, 보란듯이 각종 복지시설을 찾아가 생색내는 일부 기업인, 정치인들의 모습이 못마땅해 “에이, 나는 그러지 말자!” 하며 도움의 손길을 다음번 기회로 미룰 수도 있을 테지만 솔직히 그런다고 정말 다음번에 꼭 나눔을 실천했는가 스스로 묻는다면‘그렇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며, 그 마음을 지금 당장 표현할 의지와 실천적인 행동이 있는가’ 입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이 시점에서 정말 스스로에게 해봐야 할 물음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이들이 연말을 각종 모임으로 정신없이 지냅니다. 특히 성탄절을 축하한답시고 흥청대기 더 쉽습니다.

그러나 성탄절은 그리스도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기뻐하는 축제이지만 원래 이 축제는 그저 놀고 먹는 잔치가 아닌 나눔의 잔치여야 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이를 구원하시고자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그것도 가난한 마굿간에서 한 없이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천주교회에서는 성탄절에 구유장식을 마련하는데 이는 성탄의 기쁨이 무엇보다 약한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나눔과 봉사의 뜻 깊은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에겐 관심을 넓혀보면 언제나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성탄과 연말에는 자신의 선물만을 학수고대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나눔이라도 안겨주려는 ‘산타할아버지의 넉넉함’을 실천하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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