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기복

원주밥상공동체복지재단 대표
최근 강원체신청에서 ‘우체국 사람들’이란 뮤지컬 초청장이 왔다. 학창시절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던 터라 지금도 가끔 연극관람은 하고 있으나 뮤지컬은 접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내게는 낯설다. 그런데 뜻밖에도 우체국 직원들이 나서서 뮤지컬을 한다는 소식은 내게는 충격이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의구심도 들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강원체신청과는 지난 추석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나눔행사를, 이달 초순에는 연탄배달을 한 인연이 있기에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씨였던 18일 오후 이른 저녁을 먹고 연세대원주캠퍼스로 향했다. 공연이 열리는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어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물론 우체국 직원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생각보다는 꽤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역시 나의 느낌은 적중했다.

조금 서툰감도 있었지만 배우로서의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시원하고 박진감 있게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함께 박수치고, 같이 웃다보니 70분간의 공연이 끝났다. 이 작품에서 예술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관객과 출연자가 모두 하나 되고, 즐거웠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은 해냈다는 자신감에 환호하고, 관객들은 열정적으로 공연한 출연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강원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다. 원주만 해도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씩 있기는 하지만 워낙 비용이 비싸다보니 쉽게 안 가게 된다. 아주 유명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제대로 된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 그런 문화적인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우체국에서 마련한 ‘우체국 사람들’이란 뮤지컬은 정말 신선함 그 자체였다. 큰 공공기관에서 주민들에게 다가가 문화적 충만감을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직접 실천하고 있는 우체국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화활동이 다른 기관·단체에도 이어져 강원도가 문화가 있는 도시로 탈바꿈되길 기대하며, 강원체신청 관계자에게 부탁드린다. 이 공연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매년 정기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 둘째, 공연장 규모를 늘려 우체국 직원뿐만 아니고 시민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예전 편지를 전해주던 따뜻한 집배원아저씨의 넉넉한 웃음처럼 우체국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하고 내게 풋풋한 웃음과 행복감을 주어 기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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