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차가운 건 그리움을 알기 때문이다.

저 펄펄 끓는 용암 덩어리 속에서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면 서로에게 화상을 입히고, 죽을 수도 있기에 차가워지기로 작정한 너는 가슴으로부터 차오르는 불덩이를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곳엔 따뜻한 흙이 있고 흙속에 뿌리내린 꽃이 있고 땀을 식혀 줄 바람이 있어서 너는 물이 되기로 했다.

겨울엔 따스한 체온을 담아 주고 여름엔 시원한 몸짓을 담아 주며 빙점이 화점에 다다르는 순간 사이에서 사랑하고 양보하는 법을 깨달았다.

지구의 반대편 또 다른 곳에서 너를 만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오기까지 물안개로 수증기로 운우의 정을 나눌 것이다.

너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길을 따라 새벽 이슬이 되었다.

물은 안다 물로 만들어진 사람이 언젠가는 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거라는 걸.

김남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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