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글날 555돌을 앞두고 서예로 한평생 한글 사랑을 실천해온 갈내 이만진씨가 화제다.

고희를 맞은 그는 ‘가을 냇물’이란 아호에서 보여주듯 50년 가까이 맑고 순박한 정신과 태도로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을 품격있는 서예로 승화시켰다.

18년전 중풍으로 쓰러진후 왼쪽 손과 발이 불편한 요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어김없이 붓을 잡아 한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씨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서체는 10가지 전서체를 망라한다. 원로라 하더라도 자신감있게 내놓는 서체는 몇가지에 제한되나 정자체, 판본체, 일촬금체, 봉서체, 흘림체, 진흘림체 등 모든 한글서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의 작품에서만 찾을 수 있는 미학은 서체의 다채로움과 독특한 화면 구성, 명언의 내용이나 시작품에서 오는 흥취에 따라 꽉차고 여백있게, 네모지고 둥글게, 힘차고 부드러움을 한 화면에 쏟아부어 한글의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씨의 작품에서 만나는 한글은 단순히 언어소통을 위한 도구로써의 글자가 아니라 한글 자체의 특장미가 표출돼 마치 회화를 보는 듯 감칠맛 난다.

비결은 순전히 이씨의 겸손과 패기있는 실험정신의 결과다. 청년작가와 비하면 턱없이 기력이 달리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열정은 1년에 먹 10자루는 닳아 없어지는 노력을 흔쾌히 바치게 한다.

갈내는 한문서예가 각광받던 1950년대부터 한글서예에 천착했다. 어릴때 선친에게 한학을 배우며 한문서예를 먼저 시작했지만 영월 주천고를 나와 1952년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어린이를 가르치면서 한글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도내서는 한글서예를 배울 곳이 없어 독학하다 서울을 오르내리며 갈물 이철경선생에게서 사사했다.

여러 기관단체의 요청으로 춘천 철원 평창 정선 등에 한글 비문 70여기가 세워졌고, 3년전부터는 고전 및 향토작품을 필사하는 작업에 들어가 74권을 완성했다.

소설가 全商國 교수(강원대)는 “이만진 선생의 필묵 50년은 겨레문화의 정수인 한글사랑 그 실천의 길”이라고 단언한다.

이만진씨는 “요즘은 한글서예가 보편화 돼 홀대받던 50년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며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글을 수준높은 예술로 승화해 보겠다는 굳은 결심이 벌써 백발 70에 이르게 했다”고 회고했다.

강원도민일보사는 창간 9주년 및 한글날 555돌 기념으로 춘천미술관에서 이만진씨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초대전을 열고 있다. 개막식은 8일 오후2시. 12일까지 소품부터 대형 병풍에 이르기까지 107점을 선보인다.

朴美賢 mihyunp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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