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계서

감리교 동부연회 홍천 서지방 감리사

(철정교회 담임목사)
세계 2차 대전 때의 일이다.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군대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 영장을 받은 젊은이들은 큰 도시로 집결하여 기차를 타고 훈련소로 갔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은 전쟁터의 이슬로 사라져서 돌아오지 못했다. 워싱턴 기차 정거장에도 수백 명의 장정들이 몰려들었고 시민들은 기차역에서 나와서 그들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봉사하는 시민들 가운데 다리를 절면서 뜨거운 코코아 잔을 쟁반에 들고 늦은 밤까지 봉사를 하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떤 때는 친히 코코아를 끓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쟁터를 향하여 가는 젊은 장정들에게 코코아 잔과 함께 사랑과 용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어느 장정 하나가 그 노인을 자세히 보니 그는 다름 아닌 루즈벨트 대통령이었다. “각하. 루즈벨트 대통령이 아니십니까.” 지체 장애인이었던 그는 육체의 불편을 무릅쓰고 밤마다 기차 정거장에 나와 훈련소로 떠나는 청년들에게 뜨거운 코코아를 나르며 봉사를 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친히 기차 정거장에 나와서 따라주는 코코아를 마신 청년들의 사기는 대단했다. 이처럼 말로만 외치는 선행보다는 말없이 행하는 행동 하나가 더욱 귀감이 된다.

성경 말씀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라고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이 죽고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즉위하자 북부 10지파 백성들은 고역(苦役)을 가볍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때 르호보암은 그 부친 솔로몬을 모셨던 늙은 대신들과, 그리고 젊은 신하들과 의논을 한다.

이에 늙은 신하들은 백성들을 섬기는 자가 되고 좋은 말로 대답하라고 조언하였다. 그리고 왕이 그렇게 한다면 백성들 모두가 영영히 왕을 섬기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들의 말은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에서 비롯된 적절한 조언이었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젊은 신하들의 말을 듣고 더욱더 강압적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므로 나라가 분열되는 비극을 겪게 된다.

인류 역사상 예수님처럼 위대하고 뛰어난 지도자로 기억되는 분은 없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분이 행하신 기적, 그분의 지혜, 그분의 놀라운 가르침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주님이 몸소 보이셨던 ‘섬김’에 있다. 소외된 사람들, 세리, 창녀, 죄인들을 친히 섬기고 생명의 길을 가르치신 예수님, 십자가를 지시기 전 누가 더 높은지 따지는 제자들을 향해 말없이 그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은 말씀하시고 있다.

“내가 주와 또한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요13:14) 십자가에 자기 몸을 내어주시기까지 인류를 섬기신 예수님은 우리의 영원한 왕으로 살아 계신다.

우리 마음속에는 늘 남보다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가 참된 지도자로 세워지고 위대한 리더로 기억되기를 원한다면 겉옷을 벗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예수님처럼 자존심, 교만, 명예를 버리고 허리를 굽혀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