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정치부장
79일 남았다. 어느 때보다 뜨거울 79일간의 ‘정치적 시간’에 강원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서사적 질서가 이 시간의 공백을 메울까? 무대는 꾸려졌고, 주연들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연을 빛낼 조연들도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무심했던 관객들도 심중의 한 표를 만지작거린다.

116만 5천233명의 유권자들의 눈이 무대로 쏠리고, 무대위의 주인공들은 그 자신만의 정체성과 가치를 검증받아야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와 손짓발짓은 116만 유권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고, 그들 주위에 맴도는 온갖 루머와 잡음 또한 물잔 속 지푸라기 건져지듯 유권자들 손바닥 위에 올려질 것이다. 그들 주위를 스치는 바람결조차도.

6·2 지방선거에서 116만 유권자들은 도지사 1명과 교육감 1명, 18명의 자치단체장, 그리고 42명의 도의원과 교육의원 5명, 169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한다.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주인공들은 79일 후에, 또는 그보다 일찍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들에겐 어떤 보상도, 갈채도 없다. 경쟁사회에서, 특히 정치 무대에서 ‘아름다운 패배자’는 허울 좋은 수사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무대위의 주인공들과 유권자 모두 ‘패배’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패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116만 유권자들은 더욱 그렇다. 정치무대에 선 사람들이야 ‘아무일 없었던 듯’ 퇴장하면 되겠지만, 유권자들은 스스로 행사한 한 표 때문에 4년, 또는 그 이후의 시간까지 몽땅 차압 당할지 모른다. 혼자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동네, 지역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체를 내줘야 한다. 여러 번 경험했고, 반복했던 일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수 많은 주인공들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무대는 화려하게 치장됐고, 첨단으로 무장했다. 온갖 수사와 신념, 열정, 헌신 등으로 치장된 깃발이 무성하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홍수처럼 밀려온다. 진짜보다 가짜가 더 그럴듯하게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기만한다. 진실과 진정성은 없고 사기와 기만 술수가 판을 친다. 유권자들이 넌덜머리를 낼만하다. 더 무서운 건 강원도를 위한 얼굴과 심성을 분별할 수 없게 만드는 가면이다. ‘강원도의 정치’가 온전히 강원도의 몫으로 남지 않고 예속의 정치, ‘가면의 정치’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무대 위엔 강원도 유권자들이 분별해야 할 얼굴이 아닌 가면의 얼굴들이 득실거린다. 강원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관념과 허상의 얼굴들이다. 강원도 정치판에 이 지역을 책임질 당사자는 없고, 계파 수장의 얼굴들이 가득하다. 가면이다. 도지사에서 기초의원까지, 그들의 가면이 없으면 떳떳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지. 숨기고 싶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 때문은 아닌지.

무대위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군주(?)이거나 허세의 가면을 벗고, 116만 유권자 앞에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6·2 지방선거는 ‘가면무도회’가 아니지 않은가. 그들 스스로, 가면 뒤로 숨는다면 강원도의 미래는 없다. 강원도를 통째로 누군가에게 바칠(?) 일은 더더욱 없다.

딱 79일 남았다. 이 기간 동안 가면무도회, 가면의 정치가 아닌 아닌 강원도를 위한 ‘서사적 질서’가 바로세워져야 한다. 역사에 남을 감동적인 서사시라면 더 좋다.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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