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철

광원감리교회 목사
3월을 일컫는 말은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기가 곧 3월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봄이 오는 길목 ‘꽃피는 춘삼월’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그리스(고대 희랍)말에 시간을 지칭하는 말이 둘 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영어 의미를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기계적이고도 단순하며 그저 일상적인 시간’을, 후자는 ‘적당하고도 알맞으며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각각 설명해 놓았다. 둘의 의미를 신(학)앙적, 철학적 의미로 각각 확대하여 해석해 보자. 우선 크로노스로서의 시간은 ‘의미 없는 단순한 시간을 말 한다’는 것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목마르면 물마시고 일련의 시간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참 앎’을 향해 실천하는, 프릭시스(praxis)로서의 존재가 인간인 셈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시간만 축내는 존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로 필자가 말하고 싶은 카이로스로서의 시간은 ‘뭔가를 기획하고 계획 하는 시간’이다. 의미는 시간을 말한다. 어떠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영어의 ‘이벤트’(event)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 있는데 보내는 시간을 철학적 용어로 ‘참 알짬의 시간’이라 말할 수 있겠다.

무엇인가를 캐묻고 찾으며 연구하고 생각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과정의 부산물이 역사이며 그래서 역사학자의 말대로 ‘역사는 부단히 변화하고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요즘 세간에 자주 등장하여 차용되어 쓰이곤 하는 외래어가 있는데 바로 ‘이벤트’라는 말이다. 이 말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데 ‘어떠한 의미있는 일’, ‘의미 있는 특별한 행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저 구태의연한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다.

무엇인가를 위한 행사이다. 우리사회를 생각해 보자. 한국이 G20에 걸 맞는 나라가 되기 위하여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데 시간을 바쳐야 할 때가 아닌가.

정치가들은 당리당략에 시간가는 줄 몰라 정쟁에 휘말린 채 서민생활이 피멍들어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을 위한 의미 있는, 국민을 위하는 정치 이벤트 행사(깜짝 쇼라도 좋으니)를 계획하여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지 않는가.

종교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그 옛날 서슬 퍼렇게 ‘입에 거품 물고 외치던’ 예언자들처럼 이 나라 구석구석의 부정과 부패의 고리가 사라지고 정직과 정의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위하여 제 목소리를 내는 일에, 소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할 때가 바로 작금이 아닐는지.

나라의 미래를 등에 짊어지고 몸부림치고 시름하며 진로를 정하는데 3D업종은 피하고 편한 일자리 찾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 생각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시간 갖기를 소원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독자 여러분. 의미 있는 시간, 이벤트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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