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 1회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에 참석한 鄭仁壽 도의원이 보고 느낀 것을 담은 브라디보스토크 기행문을 3회 걸쳐 싣는다.<편집자 註>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1회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에 강릉'무천(舞天) 사물놀이패' 공연을 위해 단원들과 함께 인천 국제공항에서 2시간 걸리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다.

프리모르스키주라고 불리는 연해주는 우리 나라와 인접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중국 길림성과도 인접하고 있다.

연해주는 원래는 숙신(肅愼) 땅으로 중국의 지배하에 있었다가 나중에 1860년 북경조약으로 러시아령이 되어 버린 곳이다.

강원도 면적의 10배에 해당하고 인구는 2백4십만으로 블라디보스토크만 70만이 살고 있다.

강원도와는 1998년 5월 27일 러시아 연방 연해주와 우호 및 협력에 관한 협정을 맺고 교류를 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교류는 답보 상태에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일찍이 구 소련의 전략 요충지인 극동함대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좀처럼 외부에 개방 않던 항구 도시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옛날 미·소간 강대국간의 냉전 체제하에서의 영화는 간데 없고 지형적으로 요새라는 것을 빼 놓고는 개방된 군사항구는 초라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건물들은 페인트 색깔이 벗겨진 체 버티고 서 있고 길은 더럽고 쓰레기가 여기 저기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거리를 누비는 차량은 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수입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마치 거대한 중고차 전시장 같아 보였는데 수입 당시 차에 새겨진 상호 또는 단체 명들이 고쳐지지 아니한 체 버젓이 운행되고 있었는데 예컨대 부산 범일동으로 행선지가 쓰여진 차량이 그대로 번호만 매겨진 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이다.

고려인의 날 행사에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우고 싶어도 산소가 없고 폭죽을 터뜨리고 싶어도 폭죽을 터뜨릴 장비가 없어 무산되기도 했다.

유일한 대중 교통 수단으로 무료로 이용하는 궤도 차량은 낡을 대로 낡은 폐차 직전의 차량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만원인 상태에서 오르고 내리는데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화장실은 이용하기가 어렵고 공중 화장실은 칸막이 없이 개방되어 있는데다가 간이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이용료도 제멋대로 이고 그나마 불결하여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면서 선물을 사려면 아예 포장이라고는 없다. 질 낮은 막 종이에 둘둘 말아 주거나 비닐 봉지에 아무렇게나 담아 준다. 7년전 모스크바 여행 때도 그렇더니만 아직도 물건 포장은 원시적 수준이다.

사물놀이패에게 주려고 유원지 행상에게 아이스크림을 20개정도 사려고 하니까 담을 봉지가 없다고 팔지 않겠다고 하기에 황당했다. 이들에게 포장을 보기 좋게 한다거나 서비스를 제고하는 따위의 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강조하는 것은 꿈 같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이처럼 경제 개발의 미아로서 빈곤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러시아의 젊은이들의 모습에서는 활기가 넘쳐흐른다는 것이다.

유명한 국립 대학인 극동기술대학을 방문하였을 때 우정의 공원이라고 명명된 환동해권 청소년들이 공동 작업하여 조성하였다는 공원 가까운 곳에 수 백 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그들만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비록 장소는 학교 한 모퉁이 누더기 같은 세면 바닥 위에서 일정한 화려한 무대도 없이 땅바닥에서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발레, 오페라, 복싱, 육체미 등을 연출하는 출연진에게 조악한 울긋불긋한 깃발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또는 손뼉을 치며 열정을 불사르는 젊은이를 보고 그래도 러시아의 미래를 기대해 보았다.

<鄭仁壽·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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