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

춘천시립복지원 수사
누구에게나 있듯이 불혹의 나이인 나에게도 본받고 싶은 우상이 있다. 그분은 가톨릭의 성인이신 천주의 성 요한 수사님이다. 1495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천주의 성 요한은 성인기에 정신병원에서 입원되었다가 병원 안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치료와 간호법에 큰 충격을 받아 여생을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선업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1550년 돌아가시기까지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데 완전히 헌신하신 분이다. 그는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병원과 복지원을 설립했고 제자들은 후에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를 창설할 정도로 병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에 탁월하셨던 분이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지만 사랑이 없는 곳에는 계시지 않는다’는 500년 전 그분의 말씀은 그분의 정신을 흠모하는 사랑의 투사들을 통해서 전 세계 55개국, 하루 평균 십만 명의 돌봄 대상자들에게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현대 시대에 특히 어울릴 것 같은 한 특성이 천주의 성 요한에게 있다고 본다. 천주의 성 요한은 세상의 모든 것을 떨쳐 버릴 수 있는 힘이 있어서 신앙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 즉,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일에 오로지 모든 삶을 다 바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인 소비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인위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때로는 우리의 비전을 흐릿하게 만들며, 헛되고 불필요한 것과 꼭 필요한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천주의 요한의 봉사와 희생정신은 매일 내 자신을 성찰하도록 늘 일깨워주고 있다. 그분처럼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새로운 부르심에 온 마음으로 지체 없이 응답해야 할 의무감도 새롭게 느낀다. 신앙심에 근거를 두고 봉사와 희생의 길에 접어든 나 자신이 가져야 할 오롯한 마음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지원 운영의 기초가 되고 있는 이러한 정신이 다른 조직의 문화와 우리 문화를 구별하는 잣대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타협에 굴하지 않는 헌신이 필요하다. 늘 깨어 기도하며 악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마음을 정화하고 성찰해야 할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현시대를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는 내적인 눈을 재교육하는 ‘마음의 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최전선인 부랑인 시설에도 현대 사회의 특징을 이루는 다양성이 있음을 본다. 사람이 존중받는 곳,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인 사랑의 관계가 핵심이 되는 곳, 인간화를 이루기 위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할 수 있는 곳. 그것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 살다 가신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의 수호자 천주의 성 요한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

130여명의 복지원 가족들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그들을 위한 정신적, 신체적인 보살핌과 물질적인 지원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바치는 매일의 기도를 통해 의료봉사와 사회복지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이 굳건해 지고 수많은 장애물을 이겨내는 가운데 항상 더 성장을 하면서 내 인생의 여정에 영적 동반자가 되는 천주의 성 요한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분은 17년째 내 마음을 뜨겁게 달궈놓은 용광로와 같은 나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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