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봉 호

동북지방통계청장
통계와 언론은 동떨어진 분야 같지만 속성이 비슷한 게 많다. 언론에서 기사의 정확성과 신속성 그리고 내용 전달의 용이성 등을 중요시하듯이 통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통계가 되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통계가 정확해야 하고, 속보성을 가져야 하며, 이해하기 쉽게 표현돼야 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조건 중에서도 통계인 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정확성이다. 정확하지 않은 통계를 근거로 어떤 정책수립이나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통계가 정확하게 만들어져 가치를 가지려면 건축공사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조사기획, 표본·조사표 설계, 현장에서의 자료수집, 컴퓨터에의 입력, 집계·분석 순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자료는 단순한 정보에 불과할 뿐 통계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현장에서의 자료수집과 컴퓨터에의 입력은 주로 지방통계청에서 하고 있는데 많은 인력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가 된다. 이러한 현장조사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또는 그냥 쉽게 이루어지는 일로 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일반가정이나 농가 및 사업체로부터 소득, 생산량, 매출액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또한 요즘 많은 아파트에는 입구부터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출입하기가 어렵고, 어렵게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집에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아 현장조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운이 좋게 방문하는 가구나 사업체에서 응답자를 만난다고 하여도 정확한 답변을 얻어 내는 일 또한 만만치가 않다.

언론에서도 특종기사나 심층보도를 위해 현장 인터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 입장에서 현장 인터뷰는 단순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통계조사 현장과 마찬가지로 인터뷰 대상자 섭외문제라든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부딪히는 곤혹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언론이든 통계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인터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인터뷰가 부실하게 이뤄지게 되면 당연히 그 결과도 전혀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현장 인터뷰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한 현장 인터뷰로는 진심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 인터뷰 요원들은 예술가적인 장인정신을 가져야 한다.

훌륭한 심층기사나 정확한 통계는 장인정신이 바탕이 되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장인터뷰는 인터뷰대상자와 통계조사원 간 어떻게 상호작용을 잘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현장인터뷰는 전문지식, 경청과 말하기 등 의사소통능력, 풍부한 인생경험, 인내심, 순발력, 친화력 등이 모두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다.

장인정신을 갖는다 함은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라 하겠다.

‘세상은 거대한 만남의 현장이다’라는 말도 있다.

현장 인터뷰라는 만남을 통해야만 좋은 기사와 정확한 통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응답자를 만나고 정확한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수천 명의 현장 통계조사원들에게 많은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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