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절에서는 스님네가 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 아주 드물었습니다. 큰 재가 들어왔을 때 조금씩 보시를 받는 것과 한 끼를 굶으면 절에서 쌀 한 홉을 자기 몫으로 주는 것 정도였습니다. 이 노장님은 이렇게 몇 십년을 모아 마침내 논 열 마지기를 소유하게 됐습니다.
논 열 마지기를 완전히 채운 해에 이 노장님은 아무런 이유없이 논을 모두 되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산 두덩이를 사서 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사서 땅을 파고 돌을 캐어다 둑을 쌓는데 많은 인건비가 들기 때문에 열 마지기를 판 돈으로 겨우 다섯 마지기의 논밖에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을 마치는 날, 노장님은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여 즐거워하면서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는 논 다섯 마지기 벌었다. 참 좋은 해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어이가 없어서 그 노장님을 빤히 쳐다 보았고 한 젊은 수좌는 답답하다는 듯이 노장님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노장님도 참 딱하십니다. 다섯 마지기 손해 보신 것이지 어떻게 다섯 마지기 벌었다는 것입니까?”
대중들은 모두 동감이라도 하는듯 모두 웃었습니다. 노장님이 평소에 그저 부지런하고 검소하긴 해도 말도 별로 없고,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잘 잘못을 심하게 가리지도 않고 좋은 일에나 궂은 일에나 덤덤하게 지내셨기 때문에, 대중들은 그 노장님을 똑똑하지 않은 좋은 스님으로만 여겨 거침없이 말하고 비웃기까지 한 것입니다.
노장님은 그 젊은 수좌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논 열마지기는 저 아랫마을 김 서방이 사서 잘 짓고 있어 좋고, 이 윗마을 산 모퉁이에는 없던 다섯 마지기의 논을 새로 얻었으니 좋은 일이다. 전체로 보면 논 다섯 마지기를 번 것이 아닌가?" 이러한 노장님의 물음에 대중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이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논 다섯 마지기가 줄어서 손해인 것 같지만 넒은 의미에서 본다면 그리 손해 본 것만은 아닙니다.
요즘 선거 열풍이 아주 뜨겁습니다. 그 뜨거운 열기가 산사에까지 몰려 옵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 교육의원 등 선거가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무릇 공복이란 도민과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책이라 생각됩니다. 작은 안목보다는 이 노장님처럼 전체를 보는 큰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복이란 개인의 이윤 추구나 명예를 드날리는 직책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중들에게 하심하며, 전체를 위한 큰 머슴이 될 사람이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복으로 선출되기를 기대하면서 뒤풀이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