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의 품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찾아온 새터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된 평범한 북한이탈 주민인 제가 겪은 아픔과 분노를 더는 삭일 수 없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은 솟구치는 마음을 오늘 당신께 편지로 씁니다.

김정일 위원장, 당신은 너무도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한 정권의 통치자로 응당히 해야 하는 자기백성 밥그릇도 지켜주지 못하고 수백만 명을 굶주림으로 죽게 만들고 이산가족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정일 당신은 굶어 본적이 있습니까. 배고픔을 겪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배고픈 국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명령하나로 어린아이도 도적이 되고 굶주린 사람들의 본능을 도적 죄로 처형하는 그 땅이 과연 노래에 있는 내나라 제일이고 우리장군님 제일이란 말입니까. 한평생을 나라를 지킨 공헌으로 훈장과 메달만 32개였던 제 아버님도 6개월 밀린 식량과 공로 금을 타러 동사무소에 가서 언성을 높여 싸우다 그 자리에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은 마지막 유언으로 “남조선으로 가라. 아버지 고향은 참 좋은 곳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남겼습니다.

얼마 전 천안함의 어린 용사들을 차가운 바다에 빠져죽게 만들고도 발뺌하는 데 격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 같은 아픔이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나는 것입니까.

기억하십시오. 2만명이 넘는 우리 탈북자들은 저 분단 장벽을 이미 구멍을 낸 사람들이며 앞으로도 우리의 부모형제들이 비록 멀고 힘든 길이지만 3국을 떠돌더라도 기어이 자유대한으로 찾아올 것입니다.

김나영·새터민(춘천시 퇴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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