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진 석

제27사단 군종참모(목사)
나의 어린시절 위문편지의 대상인 군인아저씨는 듬직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장병들의 모습은 너무도 여린 아이의 모습과 한편으로는 어떤 임무라도 능히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은 늠름하고 대견한 전사로 보인다. 아마도 자녀를 군대에 보낸 모든 부모님들의 심정도 이와 같으리라.

요즘 그런 장병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장병들과 함께 초코파이를 먹으며, 군 생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숨 막힐 듯한 찜통더위, 코를 콱콱 막히게 하는 장병들의 땀 냄새! 그것이 역겹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힘들고 어려운 훈련 가운데 서로를 격려하며 잘 이겨내 준 나라의 아들들이 너무도 고맙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 나라의 아들들이 분단국가에 살면서도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면서 지내온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가끔 뉴스에서 북괴의 실상을 보여 줄 때에도 남의 이야기인양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던 아들들이 아니었을까? 이 땅의 젊은이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국분단의 아픔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러나 푸른 제복을 입은 우리의 아들들은 더 이상 예전의 청년들이 아니다. 지난 천안함 사건을 통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고 느꼈기에 나라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군복입은 아들들의 가슴에도 깊이 박혀 떠나지를 않는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以 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제 그 아들들은 더 이상 학생이나 직장인, 한 집안의 아들들이 아니다. 이제는 나라의 아들들로 살아가고 있다. 강원도라는 환경, 다소 외롭거나 힘들 수도 있지만 이제는 강원도의 한 도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그 분단의 현실을 가장 피부 가까이 느끼는 강원도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아들들. 그들은 이제 강원도의 아들이며, 대한민국의 아들들이다.

아름다운 청년의 시기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누리고 싶은 것도 많지만, 찌는 무더위와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며 나라의 아들들로 살아가는 이들이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조국수호의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며, 최전방 산간오지의 강과 바다, 하늘을 지켜내기 위해 흘린 그들의 소중한 땀방울이 평화의 씨앗이 되어 바로 이 땅이 온 세계에 평화의 상징이 되길 소망한다.

더불어 나라의 아들들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자신을 세워가고, 나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거룩한 성지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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