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철원역에 가면 철도가 있다. 200m나 되는 철로가 잡초에 묻혀있고, 플랫홈에는 금방 불빛이 깜박거릴 것 같은 신호기가 서있다.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경원선의 중심역이자 금강산 전철의 시발역이던 철원역은 1914년 당시만 해도 부지 5만평에 2층 적벽돌 건물에 80명의 역무원이 근무했고, 구름다리까지 있던 커다란 역이었다.

경원선 철도는 일제 강점이후 일본인들에 의해 주민 강제동원과 소련으로부터 추방된 소련인을 고용, 1914년 8월 도내에서 제일먼저 부설된 철도이다.

총 연장은 226㎞. 철원역을 기점으로 서울은 101㎞, 원산은 125㎞로 경원선 한 가운데 지점.서울역까지는 16개역을 거쳐야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 59분, 원산역까지는 18개 역에 서울과 비슷한 거리지만 3시간 10분이 걸렸다.

1921년에는 일제가 유화철을 본국으로 반출할 목적으로 철원주민들을 강제동원하고 유화철이 풍부한 창도까지 철도를 부설하는 공사를 4년동안 진행했다. 1936년엔 금강산 전기철도 운영권을 경성전기 주식회사가 장악, 1944년에는 창도에서 내금강까지 50여㎞를 군수물자 충당에 이용하기도 했다. 1937년 당시 경원선 승하차 연인원 26만3천47명, 금강산 전철 이용객 15만3천992명이었다.

경원선은 광복되던 1945년 8월 24일 북위 38도선 이북이던 전곡에서 끊겼다. 철원역사는 일제말 B-29의 폭격과 한국전쟁 때 페허가 됐고 일부 철로는 농로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의 철원역은 지난 88년 ‘단절 철도를 잇자’는 통일의지로 4천여만원을 들여 복원한 것.

최근 철원역은 남북교류 관문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겠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있다.

朴鍾龍 철원군 문화재전문위원은 “경원선 부근의 부지매입은 완료한 상태여서 북한의 합의만 있으면 원산과 내금강까지 달릴 수 있다”며 “철원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역사유적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朴賢哲 lawtopia@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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