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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머무는 그 자리

지명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 지명 스님

월정사 복지재단

강원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얼마 전 인터넷상에 올라온 어르신과 젊은이가 난투극을 벌였다는 소식을 어떤 매스컴에서 전해 들었다. 이 상황을 보고,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대로 젊은이가 잘못했다는 주장이고,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어르신이 나이가 많으니 참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의견들이 분분하다. 이것을 두고 세대차이라고 하는 건가 싶은 생각과 함께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건만,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이 무색하게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고, 심지어는 살해까지 하는 패륜적 사건들까지 종종 발생하는 것을 접할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몹시 저며 옴을 느끼곤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의학의 발달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하여 평균수명이 크게 연장된 초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를 떠받치고 젊은 시절을 살아온 어르신들의 개인 여가활동 증가 및 각종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대폭 증가된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때맞추어 한국사회의 50대 이후 중년남성들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삶의 변화가 생긴다고들 한다.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고, 성장한 자녀들이 출가하고 나면 위기의 남자가 된다고들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 한다. 이는 사십대까지는 경제력을 남편과 아버지가 짊어지고 있어서 가족들에게 대접을 받고 살았지만, 자식이 출가하는 오십대 이후부터는 더 이상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권위는 유지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의 어머니들 역시, 그동안 사회적 활동 없이 가정이라는 공간속에서만 평생을 가족을 위해 모든 삶을 살아오다가, 성장한 자식의 출가와 독립 이후에 갑자기 확대된 개인시간과, 이로 인하여 홀로 남겨진 상태에서 겪는 다양한 사회적 혼돈은 때 맞춰 찾아오는 신체적 노화 등과 함께 스스로의 짐으로 떠안아야 하는 고통이 되고 있다.이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인식해야 할, 고령화 사회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다. 나도 늙어 가는데, 그리고 우리 모두가 늙어갈 텐데,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을 겪고 현재 늙어봤지만, 우리는 아직 젊지만 늙어보지는 못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젊은 우리들은 늙지 않을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떠오르는 태양도 아름답지만, 저물어가는 저 황혼 역시 마지막 남은 정열을 불태우느라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아름다고 황홀하다. 단풍이 저 오대산 비로봉을 막 스칠 즈음인 지난 10월 8일에,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야외 웨딩촬영을 했다. 이유인즉, 10월 16일 동해시 삼화동 두타산 삼화사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50주년 금혼식을 거행하기 위해서이다.

유행과는 아주 거리가 먼,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드레스를 입고, 조금은 어색한 듯, 그리고 쑥스러운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며 열심히 사진작가가 일러 주는 대로 따라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가을소풍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처럼, 조금은 상기된 듯 즐거워하시는 모습에서, 다름 아닌 붉은 정렬로 가득 찬 아름다운 황혼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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