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치 레레레, 비바 칠레칠레

33명의 칠레 광부가 살아서 왔다

69일간의 지하 생활을 견디고

지하 622m에서 살아 올라온 광부들

세상은 기적이라고 불렀다

참으로 기적이다

지금도 태백 장성에선, 삼척 도계에선

수천 명의 광부들이 지하 1,000m에서 살고 있다



막장에서 살아온 광부들을 부둥켜

안은

칠레의 대통령은 감격했다

“구조된 광부들이 나에게 고마움

을 표했지만

이건 그들이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닫게 해준 칠레와 칠레 국민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살아 있는 목숨이 참으로 고마워

국가 모두가 그들을 혼자 버려두지 않았다고

지금도 태백 장성에선, 삼척 도계에선

수천 명의 광부들이 지하 1,000m에서 여전히 외롭다



칠레에선 33명의 광부가 매몰되고도 살아났으나



늘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탄광에선 해마다 200명이 죽어 나갔다

장하게도 살아난 위대한 영웅들은

진폐증으로 해마다 250명이 죽어 나갔다

매몰되고, 사라진 그 자리에 연탄불만 활활 타올랐다



칠레의 불사조들은

구리구리 광산막장에서 부활했다

장성과 도계의 불사조들도

석탄죽탄 탄광막장에서 부활했다

세상의 광부들은 날마다 불꽃 속에서 부활하고 있다

“신과 악마 사이에서 싸워야 했다”던 칠레의 광부들

그들은 영웅이다

“조국 근대화의 기수, 우리는 산업전사 보람에 산다”던 한국의 광부들

그들은 영웅이다

세상과 단절된 캄캄한 벽을 뚫어가는 막장에 살아 있는 정신

그들을 영웅으로 키운 것은 막장정신이다

칠레의 광부들은 “신이 우리를 이곳에서 꺼내 줄 것이라 믿었다”

장성의 광부도, 도계의 광부도 그렇게 믿고 있다.

정연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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