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열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연구관
농촌은 뿌리요, 도시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농촌과 도시는 서로 떨어져 살아가는 별개의 독립체가 아닌, 한 생명체로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도시는 농촌의 다양한 산물들을 자양분 삼아 화려한 꽃을 피움을 간결하게 잘 나타낸 말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근대화, 산업화, 그리고 현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농촌은 노동력, 생산물 등 많은 열매들을 그대로 또는 가공된 형태로 도시에 충실하게 공급해 왔고 이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농촌과 도시가 한 생명체라 함은 유기적 상호작용 없이는 둘 다 완전하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물을 서로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순환이 일어나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계속 주거나 받기만 하면서 생명체가 온전하게 유지되길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 그리고 튼튼한 열매를 맺으려면 기초인 뿌리가 왕성하고 튼튼해야 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이제 우리의 눈길을 그간 소홀했던 뿌리로 돌려 굳건한 기초를 다져야 한다.

그러나 효율과 결과만을 좇는 현대 사회에서는 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60억 세계인 중에서 3위안에 든다는 것은 ‘나노’보다 작은 확률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 은,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반응이 제각각임은 잘 알려져 있다.

메달을 따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을 테니 마땅히 크게 축하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2인자의 심정은 1, 3인자들의 것과는 상반된다고 하니 결과를 중시하는 풍조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도시화’ 또는 소득수준 같은 지표들이 삶의 질을 판정하는 잣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잣대만이라면 농촌은 언제나 도시의 뒤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최소한 동등하거나 앞지르기 위해서는 도시에는 없거나 부족한, 농촌만이 갖고 있는 가치들을 발굴하고 이를 삶의 질로 승화시켜야 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새마을 운동으로 우리 농촌도 과거에 비해서 훨씬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도시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세월이 흘러 여러 가지 대내외 환경이 변화되고 아름다운 꽃이 도시에 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에는 아낌없이 주는 뿌리로서의 역할만 강조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결과로만 판정하는 잣대를 고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푸른농촌 희망찾기’는 그간 금과옥조로 지켜 온 ‘성장 제일’의 활동을 통해 물질적으로는 과거보다 나아진 농촌에 ‘잘 살아 보자(웰빙)’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농업인과 농촌 스스로 갖고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맑은 환경과 건강한 농촌을 만드는 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시의 이웃간에는 찾기 힘든 ‘정’을 매개로 공동체 의식을 보다 강화하고, 나아가 이를 소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푸른농촌 희망찾기’는 성장 과정에서 잠시 잊혔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며,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발굴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