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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布施)로 마감하는 한 해

편백운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 편백운

춘천 석왕사 주지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여러 곳에서 이웃돕기 성금을 모으게 된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구세군의 자선냄비다. 자선냄비가 등장하면 이제 연말이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는 보시를 말할 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보시하는 물건이 모두 청정해야 한다. 그러나 보시를 하는 사람인 내가 보시를 받는 상대가 청정한 지 그렇지 않은가를 가려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우바새경’에 보시자가 지켜야 할 마음가짐으로 잘 나타나 있다.

첫 번째는 보시 받는 대상의 인격을 가벼이 하지 말 것. 베푸는 나는 잘나고 상대는 못난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내가 잘나서 베푸는 것도 아니며 상대가 못나서 받는 것도 아니다. 내가 잘났다고 하는 우쭐한 마음이 되면 베풂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베풂이 아니라 아상만 키우는 꼴이 되기에 수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보시 받는 사람의 선악이나 신분 덕의 유무 등을 분별하지 말 것. 보시를 할 때는 분별심이 없어야 한다. 보시 받은 사람에 따라 보시하는 마음이나 보시물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보시를 받는 대상자가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신분이 높은가 낮은가 덕이 높은가 낮은가 등을 분별해선 안 된다. 이 말은 보시의 대상은 보시를 필요로 하는 일체 모든 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직 필요로 하는 일체 모든 이에게 아무런 분별없이 그 자리에서 베풀어야 한다.

세 번째 억지로 보시하면서 악담을 하지 말 것. 보시를 하고 나서 ‘일 좀하고 살아라’, ‘맨날 받기만 하는 놈’하고 악담을 늘어놓는다면 그것은 보시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것은 보시를 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업을 짓는 일이다. 보시의 복덕은 보시물품의 많고 적음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보시한 이의 마음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나쁜 것만 골라 주거나 주고 나서 후회하지 말 것.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을 주는 것은 보시가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주겠다는 마음에서는 보다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라야 진정한 보시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나면 그것으로 앞뒤가 끊어져야 한다.

다섯 번째 보시 후에는 스스로 자화자찬하지 말 것. 보시하고 나서 떠들고 다니며 신문에 큼직하게 올려놓고 이렇게 보시했노라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아주기를 바라는 보시는 보시가 아니라 거래다.

여섯 번째 받는 사람에게 대가를 기대하지 말 것. 대가를 받겠다는 마음이야 말로 거래를 하는 마음이다. 대가를 받겠다는 마음이면 주고받은 인과로 얽매이게 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게 되면 온 우주를 다 덮고도 남을 무량대복이 생겨난다고 한다.

일곱 번째 마음의 의심을 버리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보시할 것. 베풀고 나면 순간 아까운 마음이 의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베풀고 나면 이미 그것은 나와의 인연이 아니기 때문에 인연 따라 간 것이다 굳게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한다.

참된 보시는 ‘주는 것’이 아니라 ‘갚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보시의 의미를 새겨 보면서 참된 보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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