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얼마전, 서울시청 앞 ‘광장’ 사용문제로 시끄러웠다. 광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더니 급기야 법정투쟁까지 간다고 한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빼곡하게 모여 사는 메가톤급 수도 서울에 광장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곳이 서울시청 앞 공터가 유일한가 보다. 서로들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 영토 전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광장의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인 것 같다. 우리 사는 동네엔 광장이 없다. 광장이란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공설 운동장이 있지만, 광장과 운동장은 시작부터 다르다. 운동장은 말 그대로 스포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광장은 사회, 문화적 개념의 토대위에 형성된 열린 공간이다. 그리고 도심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어쩌다 도심속에 빈공간이 생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제논리에 따라 초고층 건물을 앞 다투어 짓기에 바쁘다. 언제부터 우리는 ‘광장’의 필요성을 잊고 살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집단적 신명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수백만 명의 시민은 우리 자신마저 깜짝 놀라게 했다. 광장이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를 이루어 낸 것이다.

광장은 서양으로부터 시작됐다. 서양의 도시는 아고라(Agora)라는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으로 시민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종교, 정치, 경제, 문화 활동 등이 행해지는 생활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 주변에는 교회, 상가, 관청, 극장 등의 건물이 들어서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종교활동의 장소로 경제활동과 문화예술을 즐기는 장소로 이용했다. 유럽의 도시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계획이 이루어졌다. 광장의 중심에는 조각과 분수가 설치되어 있고 광장을 따라 들어선 건축들은 그 도시의 색깔과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광장에서 벌어지는 공연과 퍼포먼스는 도시를 찾는 관광객에게 문화예술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찬미한 벨기에 브뤼셀에는 그랑빨라스(Grand Place)광장이 있다. 매일 아침 꽃시장과 온갖 새가 지저귀는 새 시장, 재즈공연이 열려 활기를 띤다. 매년 7월이면 중세 전통의상을 입고 펼치는 오메강(Ommegang)축제는 유럽최고의 퍼레이드로 유명하다. 외국의 유명한 광장을 다 열거하기란 셀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광장문화는 어떤가? 십 수년 전만 해도 시골마을 중심에는 공회당(公會堂) 건물이 있었다. 공회당은 마을에 크고 작은 회합과 논의의 장소로 이용되고 앞마당에서는 마을축제가 열렸다. 온 마을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공회당 마당에 모여 삼삼오오 놀이를 즐기는 마당문화가 있었다. 지금공회당은 마을회관으로 바뀌고 마당은 도로와 주차장으로 변해 버린지 오래다. 씁쓸하다.경남 창원시에서는 6만2000㎡의 아시아 최대의 ‘잔디광장’을 만들었다. 문화행사 및 시민화합을 다지는 예술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에너지 원이 되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창원지역 41개 기업의 홍보간판을 설치하여 기업홍보의 장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럽다. 강원도에 광장이 있는가? 언뜻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도시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심공간이 죽어가고 있다. 도심학교의 학급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드는 공동화 현상까지 일어났다. 재래시장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도심에 사람을 모으고 소통과 경제를 살리는 대안 중에 하나는 도심에 광장을 만드는 일이다. 광장은 그저 빈공간이 아니다. 언제나 시민들이 모여 사람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소통하는 도시안 의 숨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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