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간다

땅에서 50센치미터밖에 안 되는 아이가

연분홍 원피스를 입고 찰랑거리며 뛰어 간다

미소를 머금은 머릿결이 땅위에 화사한 햇살을

쏟아 놓으며 가을 속으로 총총히 들어 간다

단풍잎만한 손을 흔들면

바람이 아이 품에서 잠들고

단풍잎만한 입술을 웃으면

하늘이 푸르게 내려와 안긴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발자국 소리가 닿은 곳마다

꽃물이 들고, 볼우물이 들고

대지의 심장이 따뜻해진다

별의 가슴이 흐뭇해진다

김남권 시인·들꽃세상 지킴이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