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미생(尾生)이란 젊은이는 다리 밑에서 연인(戀人) 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연인은 나타나지 않고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다리밑의 냇물은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청년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자리를 피하지 않고 기다렸다. 결국 연인은 오지 않고 청년은 불어난 물에 빠져 죽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미련하고 어리석음의 대명사처럼 자주 쓰이는 고사성어이다. 우리나라에도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된 여인의 전설처럼 신의(信義)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어리석거나 미련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미생을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세인들이 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적 배경과 관점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과거 성장중심과 효율성 제일주의의 가치관에서 보면 미생을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어 손해를 본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와 교육수준의 향상, 사회구조의 선진화 등 변화된 현대사회에서도 과연 미생을 ‘미련한 자’로만 보아야 할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과거의 낡은 가치관으로는 국제화된 사회에서 더 이상 우리의 품격을 높일 수 없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최우선의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최근 우리사회의 중요 화두인 ‘청렴’과 ‘공정’이다. 한 국가의 청렴도는 국가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가신뢰도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청렴하고 공정한 나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청렴과 공정함의 시작은 사회적 약속인 원칙과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성장중심의 경쟁시대에서는 원칙과 규칙에 충실한 사람을 융통성 없고 답답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원칙과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국가의 품위를 높이는 사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미생은 어리석고 융통성 없음의 대명사가 아닌 현대의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신의(信義) 있는 인물로 재 탄생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진태·장애인고용공단 강원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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