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태

변호사
아들이 군대 가서 서운하긴 하지만 돈은 안든다고 안심했더니 가자마자 이것 저것 필요하다며 돈 보내라고 성화여서 골치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처음엔 불안과 공포에 입대했다가 이내 적응하여 PX(군대 매점)에서 갖은 주전부리에 오히려 살이 피둥피둥 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럼 교도소의 경우는 어떨까?

군대하고는 달리 죄를 지어 들어가는 곳이니 적어도 그 곳에선 돈이 필요 없지 않을까? 벌 받으러 들어갔으니 적어도 먹고 입는 것은 똑같지 않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교도소에 들어가도 돈은 역시 강력하다. 아니 어쩌면 일반 사회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돈 있는 사람은 먹고 입는 것이 다르다. 돈 있으면 그 안에서도 대접 받는다.

우선 교도소에 들어가면 죄수복과 속옷 상, 하 1착 및 칫솔, 치약, 비누 1개씩을 지급받는다. 그게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개별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지급되는 것도 단 한 번뿐, 다 사용하고 나면 그 다음부턴 개인 돈으로 구입해야 한다.

죄수복과 속옷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꼭 요새처럼 강추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불, 침낭, 양말, 운동화, 장갑, 바람막이, 귀마개도 필요하다. 화장실 휴지도 자기가 사서 쓴다. 이래서 처음 수감된 사람의 경우 한 달에 30만~50만원이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먹는 것도 비슷하다. 보통 1식 3찬(전에는 교도소 가면 콩밥 먹는 줄 알았는데 벌써 오래 전부터 쌀·보리 혼합으로 바뀌었다)이 지급되는데 별도로 다른 반찬을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통조림에 치킨까지 구입 가능하다.

수감자를 면회 온 사람이 먹을 것을 사 넣어주면 보통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데 얻어먹는 사람은 미안할 수밖에 없다. 덜 미안하려면 남의 식기라도 대신 설거지 해줘야 한다.

이래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이 없어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갔는데 그 안에서 또 다시 돈이 없어 설움을 당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자본주의의 모순이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하고 오히려 또 다른 벽을 두르고 있는 것이다.

수감자들은 아무래도 소외계층이 많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하고 옥바라지를 해 줄 가족이 없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요새처럼 싱글이 많은 세상에서 혼자 살다가 갑자기 수감되면 돈이 있다 하더라도 면회와서 영치금(물품을 사기 위해 교도소 당국에 맡긴 돈)을 넣어 줄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이렇게 속옷도 충분히 지급되지 않고 남의 음식을 얻어먹는 설움을 받으면서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고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을까? 세상이 뭐 이렇게 치사하냐고 설움을 삭이며 도리어 사회에 대해 반감을 키우지는 않을까?

필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건 의뢰인을 위해 약간의 영치금을 넣어 준 적이 있다.

시일이 지나도록 석방되지 못하고 옥고를 치르고 있는 사람이 안됐어서 한 일이었는데 그 후 너무도 절절한 감사편지를 받았다. 그토록 영치금이 절실했던 모양이다.

국가가 수감자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수감자에게 속옷을 더 지급해 준다고 국가예산이 바닥나지 않는다면 균등한 처우를 해줘야 한다.

사회에서는 돈, 학벌, 지위에 따라 설움도 많았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는 똑같은 푸른 죄수복을 입고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