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도익

한국문인협 홍천지부 회장
구제역으로 아픈 가슴이 추위로 얼어버리고 있다. 안동에서 발병된 구제역은 온 나라를 무대로 무고한 가축에 전염되고 있어 초 비상대책으로 방역을 하고 있는데도 방역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산불 번지듯이 연일 번져만 간다.

날씨가 풀리면 방역이 쉬우련만 강추위는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 겨울기온에 법칙도 무시하고 계속되는 한파는 모든 것을 얼리고 있다.

구제역이 침범한 지방에 가축을 사육하고 있던 축산농가의 축사는 이미 텅 비어있다. 축사만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애지중지 기르던 사람들의 가슴에 따듯했던 모든 꿈과 희망이 사랑하던 가축과 함께 땅속에 묻혀 버리고 텅 빈 마음에 휭 하니 뚫린 구멍으로 찬바람만 몰려들 것이다.

오늘 내일을 마음 졸이며 곳곳에서 방역활동으로 밤샘을 하다 지쳐 쓰러지는가 하면 동상으로 발이 부어오른다.

민족의 설을 맞이하면서도 고향에도 못가고 나올 수도 없는 암담한 현실이다. 발길을 구제역이 묶어놓아 감옥이 따로 없는 현 상황이지만 제발 더 이상 번지지 않아서 순한 눈을 껌벅거리고 있는 남은 소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랴 하며 견디고 있다.

농경민족의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한집에서 함께 살아온 믿음직한 일꾼이요, 외로움의 친구요, 언제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가족이었다.

설날이면 아버지가 차례를 지내고 제일먼저 떡국을 한 그릇 떠다 소에게 먼저 먹이고 했던 것을 어린 시절 보았고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소와 함께 있으면 무섭지도 않았다. 그 순한 눈망울의 눈물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방역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이 저려온다.

이웃에 구제역이 발병하여 어쩔 수 없이 살 처분하려고 살상주사를 놓았는데도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어린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짓누르는 주검을 참고 있다가 송아지가 젖을 놓자 쓰러졌다는 이야기는 안 들으니 보다 못하고,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자신을 사랑하던 주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본 주인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졌을 것이다.

필자가 문단에 등단한 작품이 ‘코뚜레’라는 제목이다. 한 가족으로 살아오던 소에 대한 글이었다. 작품에서가 아닌 현실에 구제역으로 몰살되어가는 가축들의 영령에 명복을 빈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하루속히 구제역을 종식시키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세워졌으면 한다.

이제 조금만 더 견디자! 방역활동에 지친 관계자나 실의에 빠져 있는 축산농가 농민들께 함께하는 국민으로 위로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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