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봄 기운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돌이켜 보면 겨울 바람은
조금만 불어도 싸늘하고
메마른 들판은 고요한 듯해도
눈이 닿는 곳마다 시려웠다
겨울을 이긴 마른 가지마다
언제 새싹을 틔우려는지
빼꼼히 세상 밖을 염탐하고
발 밑에서도 소곤 소곤
노란 머리에 흙을 한 짐 이고
앞다퉈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종달새 우짖는 뽀얀 밭 이랑으로
달려 나 갈 채비를 한다
훈풍에 밀려 떠나가는 겨울
뒤쫓아 올 출렁이는 봄이여
약동하는 만물이 너를 부른다
최인철·시인·한국경우문예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