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1년의 다양한 계획들이 서로 보듬고 세로올 가로올이 되어 짜여지는 3월이다. “저는 선생님들을 믿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교장선생님의 입학식 인사말 뒤로 잠시의 잔잔한 감동이 흐른다.

“선생님은 너희들을 믿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젠 가슴으로 학생들을 안아줄 내 차례이다. 체육중학교엔 각자의 치열한 목표를 뒤로 하고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살고 있는 꿈나무들이 있다.

육상, 수영, 체조, 레슬링, 역도, 사이클, 사격, 양궁, 복싱…. 현재는 운동선수들이 살고 있다고 보기엔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1년 뒤 송암동 신축건물에 이주할 희망을 안고 학생들은 밤낮없이 정상을 향한 쉼없는 아우성과 몸짓들로 술렁댄다.

비라도 내리면 복도 계단을 뛰어오르고 내리고, 태권도장에선 일년 내내 땀 냄새 가득한 체육관을 함성으로 쩌렁쩌렁하게 뒤흔들며 운동을 한다. 밤이 늦도록 불이 훤히 밝혀진 양궁장에선 활시위를 당겨대는 양궁부가 있다. 옥상 한편에선 사격부 학생들이 꿈을 노려보듯 과녁을 노려보고 있고,

난방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 체육관에 가면 가녀린 몸으로 체조를 하는 안쓰러운 예쁜 여학생들이 있다. 물살을 가르는 멋쟁이 수영부 학생들. 멋진 유니폼과 헬멧을 쓰고 폼나게 사이클을 타고 나가는 학생들은 또 얼마나 많은 찬바람을 볼에, 가슴에 맞고 달렸을까? 산자락을 뛰어오르는 육상부, 장미란처럼 무거운 바벨을 수없이 들어올리는 역도부.

교무실엔 체육선생님들과 일반교과 선생님들이 서로 어우러져 있고, 급식소엔 하루 세끼 학생들의 균형식사를 위해서 영양사 선생님과 주방 어머니들의 늘 분주한 감사한 손길이 있다.

일반교사인 나는, 1년을 한 바퀴 돌고 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특목학교의 교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특목의 학교 교육규범과 교육제도, 교육내용에 적응해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고, 교사가 수행하는 교육활동의 여러 부분이 일반학교와는 많이 다르지만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함께 가는 것이 해법이다.

입학식장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는 신입생들의 의젓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동처럼 잔잔한 햇살이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강숙·강원체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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