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준

춘천시장
봄이다. 계절의 오고감은 세상사와 달리 속임이 없다. 겨우내 바람조차 데그럭거리던 들은 어느새 생기로 가득하다.

조금 지나면 화란춘성(花爛春盛)의 계절이다. 춘천도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와 진달래로 춘색(春色)을 자랑할 것이다. 그맘때면 외지 손님들이 춘천의 봄을 즐기러 찾아 올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상춘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춘선복선전철이 개통됐다. 기대 이상의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관광객이 확연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개통 초기, 평일에는 2만~3만명, 주말에는 5만명까지 몰렸다. 구름인파란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매서운 추위로 한풀 꺾이긴 했어도, 요즘도 하루 1만4천명이 찾고 있고, 경춘선 승객의 50% 가까이가 춘천 방문객이라고 한다. 개통 초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그 많은 인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광안내, 대중교통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관광객 불편 뒤에는 춘천시가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거기에다 업소 불친절, 바가지요금 시비까지 덧붙었다. 바로 개선하지 않으면 수도권 레저관광휴양도시를 내세우고 있는 춘천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우려됐다.

날이 풀리는 상춘철이 되면 개통 초기 때보다 더 많은 나들이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철 관광객들의 불편을 개선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기울였다. 관광지로 가는 버스 편을 늘리고, 승하차, 주차 편의시설을 가능한 한 최대로 확충했다. 관광안내원과 안내표지판도 더 늘렸다.

닭갈비, 막국수 업소, 대중교통 종사자를 중심으로 친절맞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개통 초기 혼선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손님을 맞기만 하면 된다. 이즘 또 다른 생각이 든다. 하도 고역을 치르다 보니 불안한 뒤끝이 있다. 관광객 맞이 시설과 편의는 상당히 확충을 했는데, 이것만 가지고 될까, 하는 생각이다.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게 정성어린, 친절한 서비스란 생각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손님을 맞는 미덕이 있다. 예전, 손님이 오는 날에는 제일 먼저 마당부터 쓸었다. 그것도 모래알조차 없게 빤빤하게 쓸었다. 그 다음엔 마루와 방을 윤기 나게 훔쳤다. 밥을 안칠 때는 행여 머리카락이 들어갈까,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소찬이나마 정성스레 상을 냈다. 기별 없이 불쑥 오더라도 밥을 먹다 세 번씩이나 밥알을 뱉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손님을 맞는 정성을 보였다(一飯三吐), 하지 않던가. 기업에서 흔히 쓰는 ‘고객’은 높은 신분의 손님이 아니라 고객(顧客), 즉 단골손님을 뜻한다.

상춘의 계절이다. 다시 한 번, 전철을 타고 온 남녀노소 관광객으로 도시 곳곳이 북적일 것이다. 춘천이 좋아 찾아오는 관광객을 단골손님으로 만들 것인가, 뜨내기손님으로 만들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앞으로 레저와 관광은 춘천에 황금알이 될 것이다. 친절과 정성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연못의 물고기를 한꺼번에 잡을 욕심에 물을 퍼내면 남김없이 잡을 수 있겠지만 훗날 잡을 물고기가 없다.

마찬가지다. 당장의 이익, 오늘 손님에만 연연하다 보면 자칫 황금알을 낳아 줄 거위를 잡는 격이 될 수 있다. 굳이 이익을 따진다면 친절과 정성만큼 미래에 더 큰 이윤을 가져다주는 투자는 없다. 봄 나들이 오신 손님, 여름철에도 오시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봄을 맞는 상념이 괜한 노파심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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