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운규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장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지금까지 약 7000여 명에 이르는 사망자와 1만7000여 명에 이르는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도 아닌 자연재해에 의한 단일 사건으로는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 규모라 하니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만하다.

여기에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의 2차적인 인명피해까지 더해진다면 재난의 수준을 넘어선 재앙의 단계까지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지진·해일로 인한 일본의 이러한 재난상황이 긴 시간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직·간접적으로 자연재해를 경험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가슴 떨리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며 결코 이웃나라의 재난 상황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2006년 7월 설악산지역을 통과하며 많은 사상자를 낸 태풍 ‘에위니아’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해의 순간을 직접 현장에서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설악산 일원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제군 한계리 등 마을 전체를 휩쓸어버렸던 그 재해의 순간을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던 우리 설악산 직원들과 해당 피해지역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 생생히 떠오를 가슴 아픈 재해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소 사전 예측을 통해 초기 대응이 가능할 수도 있는 태풍마저 수십∼수백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해 봤을 때 지진과 같이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와 맞설 수 있는 능력이 인류에게 과연 있는가를 가늠해 본다면 재해대응시스템 및 지진 재해대책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역시 인간이 감당해내기가 힘든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속한 거대한 지구의 위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자연재해를 완벽히 예측하고 대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는 의지와 노력만큼은 감히 우리에겐 있다고 말하고 싶다.

1년 365일은 아닐지라도 날씨가 따뜻해지는 요즘같은 해빙기에는 낙석사고 등의 재해로부터 탐방객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매일 같이 사무소가 현장점검을 위해 분주한 것처럼 이러한 기초 재해부터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일선 현장의 노력들이 완벽할 순 없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자 의지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제 인류는 일본 재해현장에 보내는 세계의 관심과 지원이 그렇듯이 과거에 비해 매우 발달된 방재관련 정책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범세계적 예방 및 복구활동으로 완벽한 방어는 없어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확산을 방지시킬 수 있는 힘과 저력이 있다.

이와 더불어 자연의 이면에는 항상 재해 발생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각 개인별 스스로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준비자세가 더해진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그 피해 규모는 더욱 최소화 될 것이다.

이번 일본의 지진피해는 언제 있을지 모를 자연재해 상황을 국립공원 일선 현장에서 항상 직면해야 할 관리자인 내게 앞으로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재난에 대비한 치밀한 사전준비와 점검만이 재난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넋 놓고 앉아 당하지 않도록 해주는 길이라는 것을 새삼 다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금 이번 일본 지진·해일의 자연재해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과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이 가져야 할 겸손함 만큼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직접적인 피해로 인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일본 국민과 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전 세계인 모두가 하루 빨리 이 어렵고 힘든 재난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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